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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모이는 곳에서 내 삶의 ‘맞춤형’ 공간으로…거실의 진화
‘가족이 모이는 곳’이었던 거실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공유 거실’이 등장하고 과감한 구조 변경과 공간 치환(공간의 위치를 바꾸는 인테리어) 등으로 ‘맞춤형’ 거실을 확보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TV와 소파로 고착화된 전형적인 거실 풍경 역시 사라지는 추세다. 다채로운 활동이 이뤄지는 복합 공간으로 재편성 중인 거실, 발 빠르게 합류한 신인류의 활용법을 소개한다.공간이 돈인 시대, 거실을 ‘아꼈더니’“지금 사는 오피스텔은 7평 남짓한 공간이에요. 침대와 책상을 놓았더니 여유 공간이 없더라고요. 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대형 카페를 찾았는데 그때뿐이었어요. 우연히 친구의 초대로 방문한 공유형 거실에서 깨달았죠. 아, 내가 필요한 건 거실이었구나, 하고요.”비혼인 조성현씨(가명)는 공유 거실을 ‘구독 중’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이 거실은 200여권의 도서와 영화 관람이 가능한 시네마룸, 홈바 등을 갖춘 휴게 공간... -
음담패설 飮啖稗說
뭣에 쓰는 물건인고? 생김새는 망측 씹는 맛은 발칙
호화로운 유람선 파티.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톱배우 천송이(전지현)에겐 스테이크도 푸아그라도 캐비아도 눈에 차지 않는다. 허기진 그가 찾는 것은 개불 한 접시에 소주다. 스테이크를 썰던 동료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천송이는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물가에 왔는데 그 정도는 먹어줘야 하는 거 아냐?” 2013년 방영됐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치맥’ 등 ‘K먹방’을 세계에 알리는 첨병이 됐다. 그중 개불도 빼놓을 수 없다. 생김새에 이름까지 범상치 않은 이 해산물은 방송 직후 노량진 수산시장을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이게 만든 주역이 됐다.개불은 횟집에서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주로 사이드 메뉴로 먹는 해산물이다. 따로 한 접시 시켜 소주 안주로 삼기도 딱이다. 쫑쫑 썰려 접시 위에 오른 진한 핑크빛 개불의 매력은 쫄깃한 식감에 있다. 씹으면 씹을수록 달큼함이 배어 나오는 그 맛도 일품이다.개불은 손질되기 전후의 모습이 판이하다. 큼... -
직장인 출퇴근에 하루 평균 1시간14분 써···30대 통근 시간 가장 길어
직장인들의 출퇴근에 하루 평균 1시간14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의 통근 시간이 가장 길었고 미취학 자녀가 있는 경우 출퇴근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으로 분석됐다.통계청이 20일 발표한 ‘통근 근로자 이동 특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통근 근로자의 평균 출·퇴근 소요 시간은 73.9분이었다.30대의 통근 소요 시간은 76.9분으로 가장 길었다. 50대(73.1분), 60대 이상(69.6분) 등 연령이 높을수록 통근 소요시간이 조금씩 짧아지는 경향을 보였다.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82분으로 가장 길었고 강원이 57.7분으로 가장 짧았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근로자가 많은 수도권 지역의 높은 교통 혼잡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미취학 자녀가 있는 근로자의 통근 소요 시간은 77분으로 미취학 자녀가 없는 경우(73.7분)보다 더 길었다. 통근거리는 가구 내 미취학자녀가 있는 통근 근로자(19.7㎞)가 미취학 자녀가 없는 통근 근로자17.1ԩ... -
‘소통 나눔’ 시대…“한국인 친구 찾아요” 당근 키워드 검색 1년 새 4배↑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의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한국인 친구’를 찾는 키워드 검색량이 1년새 4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17일 당근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동네생활 게시판’에서 조회된 ‘한국인 친구’, ‘외국인 친구’ 키워드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3배, 3.1배 증가했다. 또 ‘언어 교환 하실 분’, ‘한국인 친구 구해요’ 등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체류 외국인 증가세가 뚜렷한 가운데 지역 인증을 통하는 커뮤니티 성격의 게시판에서 외국인 ‘동네 친구’를 찾는 수요가 자연스럽게 몰린 것이라고 당근은 설명했다.각 지역 동네 게시판에는 다양한 국가 출신의 외국인들이 ‘동네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올리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인천 계양구에서는 한 대만인 이용자가 “한국어를 공부 중”이라며 “언어 공유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관악구 신림동에서도 영국인 작성자가 “동네 친구를 사... -
로또 1150회 1등 ‘8, 9, 18, 35, 39, 45’···보너스 번호 ‘25’
로또복권 운영사 동행복권은 14일 제1150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8, 9, 18, 35, 39, 45’가 1등 당첨번호로 뽑혔다고 밝혔다. 2등 보너스 번호는 ‘25’다.당첨번호 6개를 모두 맞힌 1등 당첨자는 17명으로 15억7062만309원씩 받는다.당첨번호 5개와 보너스 번호가 일치한 2등은 226명으로 각 1969만668원씩, 당첨번호 5개를 맞힌 3등은 3413명으로 130만3865원씩 받는다.당첨번호 4개를 맞힌 4등(고정 당첨금 5만원)은 16만6846명, 당첨번호 3개가 일치한 5등(고정 당첨금 5000원)은 262만6598명이다. -
나도 지디처럼? ‘할머니 패션’ 오명 벗은 스카프·머플러
지난달, 가수 지드래곤(지디)은 현란한 꽃무늬의 샤넬 실크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공항에 등장했다. 누군가에게는 ‘앞서가는’ 패션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할머니 패션’으로 다가왔던 그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덮으며 화제를 모았다.지디의 스카프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공식 일정에 나설 때마다 자신만의 스카프 패션을 선보이며 ‘트렌드 메이커’의 입지를 다져왔다.지드래곤 효과일까. 2024년 가을과 겨울, 스카프는 ‘젠더리스 패션’을 드러내는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로제, 제니, 제이홉 등 K팝 스타들도 개성을 뽐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패션업계 또한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이다. 디올, 구찌, 루이뷔통 등 해외 유명 명품과 SPA 브랜드는 다양한 디자인의 스카프를 출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패션 인플루언서 ‘알로디아’는 “지디가 애용하는 샤넬 스카프는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이 특징”이라며 “스카프는 개성을 표현하...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
단단한 팥 달달 끓이며 기다리는 시간마저 달달
손끝 발끝 녹이는 화목난로 열기에통팥 한 냄비 가득 천천히 삶아내전통 팥죽·팥칼국수로 속 데우고달달하게 조려 토핑 곁들인 단팥죽다음날 아침 ‘앙버터 토스트’까지세상에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통조림이 존재했고 또 생겨나고 있다. 이것 하나만 있으면 점심밥도 뚝딱이던 참치 통조림, 가끔 어머니가 구워 주면 마치 특식 같았던 햄 통조림, 잡지 기자 시절에 유행했던 연어 통조림, 간단하게 영양 가득한 식사를 차릴 수 있는 콩 통조림, 올해 발매하며 파스타 종주국 이탈리아의 큰 비난을 받은 하인즈사의 카르보나라 통조림까지. 그중에서 내가 가장 반색했던 제품은 다름 아닌 단팥 통조림이다. 딱 참치 통조림만 한 크기에 원터치 뚜껑을 따면 자그마하게 간식 한 끼 정도 먹기 좋은 단팥이 들어 있다.밥알과 새알심이 푹 퍼져서 그야말로 흐릿한 ‘팥죽색’을 띠는 슴슴한 팥죽이 아니라 설탕을 넣어서 또렷한 팥색이 남아 있는 단팥죽, 팥빙수의 꽃인 알... -
‘방구석 양조장’의 탄생…“술 보면 꼭 자식 같아”
김정원씨(27)의 한 달 쌀 소비량은 20㎏이다. 공깃밥으로 따지면 200인분은 거뜬히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친구 세 명과 함께 살긴 하지만, 이들이 밥을 차려 먹는 날은 드물다.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다고 했다. 쌀은 그럼 다 어디에 쓰이는 걸까. 밥을 짓는 게 아니라 술을 빚는 데 쓴다. 김씨는 “막걸리 만드는 게 가장 큰 취미”라고 했다.스무 평 채 안 되는 거실·부엌이 간이 양조장으로 변한 건 올해부터다. “술 만들어보자는 얘기는 진작에 나왔어요. 실행에 옮기질 못했을 뿐이죠. 새해가 되니까 ‘지금 아니면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로 누룩이랑 재료들을 구해왔어요.” 지난 3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김씨의 집에서 그가 흐르는 물에 쌀을 여러 번 헹궈내며 말했다.익숙한 초록병을 ‘부어라 마셔라’ 하는 대신 좋은 술을 만들어 먹는다는 2030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양주’(家%... -
최초를 듣다 최대를 보다…2024년 가기 전에 가봐야 할 그 곳
믿을 수 없다. 올해가 곧 작년이 된다니.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시간의 속도는 저마다 다르게 흐른다. 그래서 더 진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12월을 대체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뭘 해야 2024년이 더는 올해가 아니게 되더라도 후회가 없을지.시끄럽고 복잡하게 흘러간 해지만 늘 그랬듯 새로운 것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정했다. 올해가 여전히 올해일 때 2024년에 문을 연 공간에 다녀오기로. 기왕이면 최초라거나 최대와 같은 수식어가 달린 곳이라면 더 재밌지 않을까. 최초오디움에서 역사를 듣다마음의 소란을 잠재우고 차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오디움(Audeum)이 제격이다. 오디오(Audio)와 뮤지엄(Museum)의 합성어를 이름으로 삼은 오디움은 지난 6월에 문을 연 세계 최초의 오디오 박물관이다. 오디오에 깊은 애정을 가진 KCC 정몽진 회장과 고(故) 최봉식씨의 수집품들로 채워진, 성공한 ‘덕후’의 공간이기도 하다.300... -
이상한 동물원 이야기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동물도 그렇다
중학교 과학 실습 시간이었다. 실험실 유리병에는 개구리들이 들어 있었다. 잠시 후 에테르에 취한 개구리들은 몸의 균형을 잃고 잠이 들었다. 조별로 개구리를 꺼내어 칠판에 게시된 해부도와 개구리 몸속의 실제 장기들과 비교하였다. 나를 포함한 일부 학생들이 아직 살아 있던 개구리를 땅에 묻지 못하고 한참을 주저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개구리 해부가 과연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적 도움을 줬을까?고등학교는 생물이 선택과목이었다. 매주 생물 수업이 기다려졌다. 생물 선생님이 먹이사슬을 보여주며 맹금류를 흉내 내시는 모습이 그리 재미있었다. 책상을 박차고 날아가 선생님의 팔에 내려앉고 싶을 정도였다. 그 후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에서 아나운서가 야생동물을 맛깔나게 설명할 때면 생물 선생님이 생각났다. 동물원에 일하면서도 생물 교사 자격 취득을 위해 교육대학원 진학을 고려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가끔 대안학교 생물 선생님을 상상해본다. 날이 좋아 참기 어려운 날, 아이들과 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