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직접 가보니…‘원사이즈 논란’ 브랜드 멜빌

이유진 기자
의류 브랜드 브랜드 멜빌의 가장 큰 정체성은 모든 의류의 사이즈가 단 하나라는 것. 마른 몸을 선망하는 10대, 20대가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 이유진 기자 사진 크게보기

의류 브랜드 브랜드 멜빌의 가장 큰 정체성은 모든 의류의 사이즈가 단 하나라는 것. 마른 몸을 선망하는 10대, 20대가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 이유진 기자

“Hello Seoul!! We are looking for new members….”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여성 패스트 패션 브랜드 ‘브랜디 멜빌’이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서울 매장에서 근무할 직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해당 브랜드의 올 하반기 국내 진출 소식이 알려지며 SNS상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 미국 10대 소녀들이 가장 열광하는 의류 브랜드로 손꼽히는 브랜디 멜빌(Brandy Melville)은 미국에 40여개, 유럽·호주 등 전 세계에 90개 넘는 매장이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일본·싱가포르 등에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우드에 1호 매장을 열며 이름을 알렸지만 앞서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 태그 등으로 ‘유럽산’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장 내 모든 의류가 원사이즈. 아기옷이 아닌가 싶은 손바닥만한 티셔츠도 있다. 사진 이유진 기자 사진 크게보기

매장 내 모든 의류가 원사이즈. 아기옷이 아닌가 싶은 손바닥만한 티셔츠도 있다. 사진 이유진 기자

이 브랜드의 가장 큰 정체성은 모든 의류의 사이즈가 단 하나라는 것이다. 다양한 체형에 가장 어울리는 ‘원사이즈’를 만들어낸다는 ‘one size fits most’라는 슬로건처럼 모두에게 어울리는 단 하나의 사이즈가 존재할까? 지난달 17일 미국 매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시애틀 워싱턴대학교 근처 유빌리지는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이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생활하는 임소윤양(13)과 이곳에 입점한 브랜디 멜빌 매장을 방문했다. 평일 오전 11시라 쇼핑몰 전체는 꽤 한산했지만 브랜디 멜빌만큼은 10대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이즈로 44에 가까운 원사이즈 의류 판매장이라는 설명에 소윤양은 “아마 나에게 맞는 옷이 없을 것”이라면서 반신반의하며 매장에 들어섰다. 제품은 차분한 아이보리나 파스텔 계열 색상이 대부분이었다. ‘이너웨어룩’이나 ‘원마일룩’처럼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미니멀한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타이트한 크롭트 반소매 티셔츠와 하이웨이스트 바지, 미니스커트는 어린이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크기가 손바닥만 했다. 간혹 ‘오버핏’이라는 이름표를 단 헐렁한 니트웨어도 있긴 했으나, 진열 제품의 90%가량이 XS(44)나 S(55) 사이즈였다.

소윤양은 신축성 있는 비스코스 저지 소재의 잔잔한 꽃무늬 티셔츠(22달러)를 손에 들었다. 원단과 디자인 그리고 가격까지 맘에 들어하는 눈치다. 사진 이유진 기자 사진 크게보기

소윤양은 신축성 있는 비스코스 저지 소재의 잔잔한 꽃무늬 티셔츠(22달러)를 손에 들었다. 원단과 디자인 그리고 가격까지 맘에 들어하는 눈치다. 사진 이유진 기자

원단을 만져보니 질감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이것저것 살펴보던 소윤양은 신축성 있는 비스코스 저지 소재의 잔잔한 꽃무늬 티셔츠(22달러)를 손에 들었다. 미국 현지 물가와 원단을 따졌을 때 “가성비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 평했다. 소윤양은 “막상 입어보니 날씬해 보이는 디자인이라 미국 10대 소녀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한국 인쇼(인터넷 쇼핑몰)의 ‘프리사이즈’와 다르지 않은 크기라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실제로 블랙핑크 제니, 켄달 제너, 테일러 스위프트 등 스타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로 알려지면서 해외여행 시 구입하거나 직구·구매 대행 등으로 산 이들도 꽤 있다.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지만 ‘원사이즈’ 논란은 시들지 않고 있다. 다른 패션 브랜드들이 체형 및 성별, 인종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는 흐름과는 정반대 길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원사이즈 운영 원칙은 고객들이 진열 상품 중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 번거로움을 줄이는 동시에 재고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패션 전문가들은 10대 소녀의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과 과시욕을 교묘하게 이용한 마케팅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브랜디 멜빌을 소화하는 사람은 곧 ‘날씬한 사람’이라는 공식이 암암리에 성립되는 것이다.

시애틀 워싱턴대학교 근처 유빌리지 내 브랜드 멜빌 매장. 평일임에도 고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 이유진 기자 사진 크게보기

시애틀 워싱턴대학교 근처 유빌리지 내 브랜드 멜빌 매장. 평일임에도 고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 이유진 기자

브랜드 측은 자사의 옷을 입고 게시물을 올린 10대 소녀의 콘텐츠를 공식 계정에 재게시하는 마케팅 전략도 구사한다. 소녀들은 브랜디 멜빌의 옷을 사며 팔로어 300만명이 넘는 브랜드 플랫폼에 자신의 사진이 공유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사진의 주인공은 대부분 긴 금발 머리의 날씬한 백인 소녀다.

앞서 브랜디 멜빌이 진출한 중국에서는 허리와 쇄골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일명 ‘BM풍’ 스타일이 인기를 끌었다. ‘BM풍 표준체중표’까지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며 과도한 다이어트와 섭식장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해당 표에 따르면 신장 160㎝에 이상적인 체중은 43㎏이다.

브랜디 멜빌은 그간 차별적 고용 지침으로 인해 여러 차례 고소를 당했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전 직원 세 명의 증언에 따르면 백인 직원들은 매장 전면에서 일하도록 배정하는 반면 유색 인종은 재고실과 같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역으로 몰았다. 최고경영진의 구미에 맞는 외모를 가진 쇼핑객에게 일자리를 제안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비정상적인 채용 절차로도 구설에 올랐다.

미국 10대가 열광하지만 말 많고 탈 많은 브랜디 멜빌, 첫 한국 상륙의 화제성만큼이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Today`s HOT
영국 공군대학에서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윌리엄 왕자 허리케인 프랜신으로 파손된 미국의 한 매장 태풍 야기로 경찰의 도움을 받는 미얀마 주민들 베네수엘라 청년당 창립 기념 행사
9.11테러 추모식에 참석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후보 브라질 원주민의 망토 반환을 축하하는 기념식
허리케인 프랜신으로 폭우가 내리는 미국 볼리비아 산불을 냉각하고 있는 사람들
싱가포르 환영식에 참석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산불로 타버린 캘리포니아 마을 태풍 야기로 인한 홍수로 침수된 태국 치앙라이 네덜란드 해방에 기여한 사람들의 묘지를 방문한 사람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