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도시 속 진품 속살, 홍콩을 걷다

디지털뉴스팀 이윤정기자

쇼핑과 야경. 홍콩은 두 단어로 집약돼 왔다. 화려한 외양 덕에 관광 천국이 된 홍콩은 요즘 숨겨둔 속내를 알리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다.

중국 남동부에 위치한 홍콩은 홍콩섬, 란타우섬, 구룡반도를 비롯해 인근 260여개의 섬을 포함하고 있다. 일찍이 ‘아시아의 진주’라 불릴 만큼 화려한 도시로 비상했지만 한 꺼풀만 들춰내도 날것의 자연이 나풀댄다. 국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산은 도시를 내려다보고 모든 길의 끝은 바다로 내달린다. 홍콩 곳곳에 숨겨진 트레킹 코스를 합치면 총 400㎞가 넘는다.

그중 타임지가 아시아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선정한 ‘드래곤스 백’과 트레킹 천국으로 꼽히는 ‘란타우트레일’을 직접 걸어봤다.

완만하게 누운 용의 등, 가뿐하게 오르다

‘드래곤스 백’은 홍콩 남해를 내려다보며 걷는 4.5㎞ 트레킹 코스다. /이윤정기자

‘드래곤스 백’은 홍콩 남해를 내려다보며 걷는 4.5㎞ 트레킹 코스다. /이윤정기자

홍콩 트레킹을 처음 한다면 ‘드래곤스 백’(Dragon’s Back)을 추천한다. 홍콩섬 동남쪽 섹오(Shek O)컨트리파크에 위치한 드래곤스 백은 타임지가 아시아 최고의 하이킹 코스로 선정한 곳이다. ‘용의 등’이라는 이름 때문에 힘든 코스를 연상할 수도 있지만 운동화를 신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높이 284m 정상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길 덕분이다. ‘용의 등’은 나지막한 등선을 타고 걷는 길이 마치 용이 굽이치는 것 같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영상취재 이윤정

트레킹은 섹오로드의 시작점에서 출발한다. 코스 초반에는 성인 머리 높이의 관목 수풀이 길 양옆을 촘촘하게 따라온다. 미로로 이어질 것만 같은 좁은 길 사이로 바닷바람이 솔솔 실려 온다. 눈을 들면 능선 아래 저 멀리 푸른 바다가 넘실댄다.

코스의 중반을 넘어서면 수풀의 키가 낮아지면서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바닷바람이 식물의 성장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 덕에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은 온통 하늘과 바다에 둘러싸인다. 해발 284m 정상인 섹오피크에 서면 절경은 최고조에 달한다. 1시간 반이면 다다를 수 있다.

드래곤스 백의 정상인 ‘섹오피크’ /이윤정기자

드래곤스 백의 정상인 ‘섹오피크’ /이윤정기자

정상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로키베이와 섹오빌리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날이 좋으면 라마섬과 스탠리까지 확인할 수 있다.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해안가 섹오비치변에는 고급빌라촌인 섹오빌리지가 자리 잡았다. 홍콩 최고 부호가 모여 산다고 한다. 골프장과 수영장을 갖춘 고급주택과 홍콩의 푸르른 남해가 어우러진 풍경이 이색적이다.

내려오는 길은 다소 심심하다. 키 큰 나무가 오솔길을 둘러싸고 있어 섹오공원의 절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45분~1시간 정도 완만한 오솔길을 걸으면 용의 등에서 내려올 수 있다.

* 가는 방법 : MTR샤우케이완역에서 9번버스 탑승 토네이완 하차
* 돌아오는 방법 : 빅웨이브에서 9번버스 또는 미니버스 탑승, MTR샤우케이완역 하차

트레킹 천국 ‘란타우트레일’

총 길이 70㎞에 달하는 란타우트레일 /이윤정기자

총 길이 70㎞에 달하는 란타우트레일 /이윤정기자

홍콩 란타우섬에 위치한 란타우트레일은 총 길이가 70㎞에 달한다. 홍콩 트레킹 가이드 산청(50)은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이 유일하게 개발하지 않은 곳이 아마 ‘란타우섬’일 거에요. 도시와 멀리 떨어진 이곳은 자연 그대로 남기길 원했죠”라고 말한다. 도시가 되기 전 홍콩의 날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란타우트레일은 트레킹 천국으로 꼽힌다.

‘란타우’의 의미는 ‘부서진 모자’를 뜻한다. 뒤로 보이는 정상 모습이 봉우리 꼭대기가 부서져 2개로 나뉘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윤정기자

‘란타우’의 의미는 ‘부서진 모자’를 뜻한다. 뒤로 보이는 정상 모습이 봉우리 꼭대기가 부서져 2개로 나뉘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윤정기자

란타우산은 ‘봉황산’으로 불리는데 원래 ‘란타우’의 의미는 ‘부서진 모자’를 뜻한다. 정상 모습이 봉우리 꼭대기가 부서져 2개로 나뉘어 보이기 때문이다. 란타우트레일을 완주하려면 20~30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다. 그래서 코스를 나누어 걷는 것이 좋다. 취재팀은 응핑아우에서 섬 정상인 란타우피크(934)까지 걷는 길을 택했다.

원래 란타우피크는 통충터미널의 5.7㎞ 케이블카를 타고 접근할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포린사원을 둘러본 뒤 1시간 정도를 걸으면 란타우피크에 다다른다. 그러나 취재팀은 반대 코스를 택했다. 3시간여를 걸어 란타우피크에 도착한 뒤 다시 포린사원까지 걸어내려오는 코스다.

트레킹의 시작은 산뜻했다. 드래곤스 백처럼 완만한 길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곳곳에 피크닉 사이트가 보이고 저 멀리 푸르른 바다도 내려다보인다. 가이드 산청은 “홍콩 사람은 트레킹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요. 전체 인구의 10%도 채 안 될 거예요. 대신 피크닉 사이트에서 바비큐를 즐기곤 하죠”라고 말한다. 홍콩 트레킹 인구가 많지 않은 것은 기후 탓이 크다. 한 여름에는 습도가 85%이상을 기록하고 기온도 35도가 넘는다. 홍콩의 하이킹은 겨울이 적기다. 겨울철 홍콩 기온은 20~25도인데다 습도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해발 934m 정상까지 걷는 란타우트레일. 높은 산의 절경이 근사하다. /이윤정기자

해발 934m 정상까지 걷는 란타우트레일. 높은 산의 절경이 근사하다. /이윤정기자

완만했던 트레킹 코스가 어느새 괴물처럼 변한 것은 트레킹을 시작한 지 1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화산활동으로 생긴 란타우산은 돌산의 괴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짙게 낀 안개는 발밑을 따라오고 초원지대의 능선은 그늘 한 점 내주지 않았다. 겨울이라지만 홍콩의 높은 습도가 땀과 뒤범벅이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은 등산객의 기지를 꺾어놓기 일쑤다. 등산화를 신지 않고서는 걷기 힘든 코스도 꽤 있다. 안개 사이로 도시 모습이 간간이 내려다보일 뿐 걷기의 재미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를 반복한다. 홍콩은 원래 맑은 하늘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근래 들어 안개가 짙게 끼는 날이 많아졌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공해 때문이다.

돌계단으로 이어지는 란타우트레일 /이윤정기자

돌계단으로 이어지는 란타우트레일 /이윤정기자

걷다보면 홍콩의 문화적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곳을 만난다. 휴식처로 삼기 딱 알맞은 큰 바위 위에 성모마리아상과 관음보살상이 서로 반대편에 똑같은 크기로 설치돼있다. 도가사상이 주를 이루지만 여러 종교를 일맥상통하게 받아들이는 홍콩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척박한 땅에서 화려한 도시를 일구기까지, 또 영국의 식민지에서 중국 본토로 돌아오기까지 굴곡의 역사를 지닌 홍콩이 어떻게 다문화를 받아들였는지도 짐작하게 된다.

이어 정상까지 가는 길은 기억이 희미할 정도로 힘이 들었다. 정상에 다다를수록 계단의 경사는 가팔라졌다. 목숨 같은 카메라 장비는 어느새 짐으로 변해 있었다.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산 능선을 따라 난 계단 트레킹 코스에 사람들이 깨알같이 매달려있는 듯 보였다. ‘한국에서는 이쯤 되면 약수터도 나타나고 쉼터도 보일 텐데’ 하는 아쉬움도 따라왔다.

란타우피크 /이윤정기자

란타우피크 /이윤정기자

출발한 지 3시간 정도 지났을까.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934m 정상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명색이 홍콩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인데, 934m 정상이라는 표지판만이 쓸쓸하게 서 있을 뿐이다. 트레킹 코스를 개척한 이가 정상만을 갈구하며 걷는 게 아니고 풍경을 느끼며 천천히 걷기를 원했기 때문이리라.

포린사원에 있는 높이 34m 청동좌불상. 아시아에서 최고높이다./이윤정기자

포린사원에 있는 높이 34m 청동좌불상. 아시아에서 최고높이다./이윤정기자

내려오는 길에도 돌계단의 위력은 상당했다. 오르막길에서 고생한 발목이 내리막에 바로 적응해야 했다. 저 멀리 포린사원의 34m짜리 청동좌불상이 보였다. 아시아에서 최고 높이란다. 30여분을 더 걸어 포린사원에 도착했다. 매캐한 향 연기가 자욱하다. 포린사원은 홍콩에서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온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알고 보니 통충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온 사람들이다. 억울해하고 있을 때 한 등산객이 “저들은 산을 눈으로만 보고 왔지만 우리는 몸으로 산을 느끼고 왔으니까 더 좋은 것 아닙니까”라고 이야기한다.

하산할 때는 말로만 듣던 케이블카를 탔다. 길이 5.7㎞에 달하는 케이블카는 빠르게 몇 개의 산을 제친다. 홍콩국제공항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를 가르는 배가 유유히 지나가고 붉게 달아오른 해가 하늘과 바다를 동시에 물들인다. 자연과 문명을 동시에 만끽하는 홍콩의 트레킹이 묘한 매력으로 마음 속을 울린다.

·가는 방법 ① : MTR퉁청 지하철역 하차, 옹핑 스카이레일(케이블카) 이용 포린사 이동 => 란타우피크(반환점)
·가는 방법 ② : MTR퉁청 지하철역 하차, 옹핑버스터미널에서 23번 버스이용 옹핑아우 하차 => 란타우피크 => 포린사 => 옹핑 스카이레일 =>MTR퉁청 지하철역
·옹핑 스카이레일 : 평일 10~18시, 토요일 10~18시 30분, 일요일 9~18시 30분에 운행, 요금은 옹핑 마을에서의 프로그램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www.np360.com.hk

여행Tip/

홍콩겨울축제를 기념하는 스와로브스키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이윤정기자

홍콩겨울축제를 기념하는 스와로브스키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이윤정기자

홍콩 트레킹은 겨울이 적기다. 여름에는 높은 습도와 온도 때문에 하이킹은 엄두를 내기도 힘들다. 낮에는 트레킹을 하고 저녁에는 홍콩 시내 관광을 하는 것도 좋다. 내년 1월 2일까지 홍콩겨울축제기간이다. 도시를 수놓는 조명은 모두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겨냥한 디자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콩의 세일기간도 2월까지 이어진다. 연말연시 분위기에 한껏 취하고 메가 세일 기간의 쇼핑을 즐기기에는 홍콩만한 곳도 없다.
자세한 정보는 홍콩관광진흥청( http://www.discoverhongkong.com/kor/)홈페이지 참조


<디지털뉴스팀 이윤정기자 yyj@khan.co.kr>

드래곤스 백 트레킹. 해안선을 보며 걸을 수 있다. /이윤정기자

드래곤스 백 트레킹. 해안선을 보며 걸을 수 있다. /이윤정기자

드래곤스 백을 걸으며 만나는 섹오빌리지. 홍콩 부호가 모여사는 곳이다. /이윤정기자

드래곤스 백을 걸으며 만나는 섹오빌리지. 홍콩 부호가 모여사는 곳이다. /이윤정기자

란타우트레일. 안개가 발밑을 따라온다./이윤정기자

란타우트레일. 안개가 발밑을 따라온다./이윤정기자

란타우피크에 서면 란타우섬이 한눈에 들어온다./이윤정기자

란타우피크에 서면 란타우섬이 한눈에 들어온다./이윤정기자

란타우피크에서 내려오는 길. 돌계단이 이어진다. /이윤정기자

란타우피크에서 내려오는 길. 돌계단이 이어진다. /이윤정기자

포린사원의 높이 34m 청동좌불상. /이윤정기자

포린사원의 높이 34m 청동좌불상. /이윤정기자

포린사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 이윤정기자

포린사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 이윤정기자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란타우섬 앞바다. 석양이 아름답다. /이윤정기자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란타우섬 앞바다. 석양이 아름답다. /이윤정기자


Today`s HOT
트럼프 지지 표명하는 헤일리 오타니, 올스타전 첫 홈런! 오타니, 올스타전에서 첫 홈런! 말레이시아 항공 17편 격추 10주년
쓰레기장에서 재활용품 찾는 팔레스타인들 방글라데시 학생 시위대 간의 충돌
삼엄한 경비 서는 중국 보안요원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세 재개한 바이든
인도 힌두교 전차 축제 트럼프, 붕대 감고 미국 공화 전대 등장 눈부신 호수에 금빛 물결 증세가 부른 케냐 Z세대 반정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