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속 ‘거대한 원시’로 빨려 들다… 세계 7대 자연경관 필리핀 ‘지하강’ 팔라완

팔라완 | 최상희 기자

‘쉿! 원시의 자연에서 은밀한 자유를 누리고 싶다.’ 빠듯한 일상에서 한번쯤 ‘탈출’을 꿈꾼다면 팔라완이 제격이다. 낭만과 심리적 도피 그리고 원시의 매력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이다.

팔라완은 필리핀의 남서부에 위치한 섬이다. 면적은 경기도보다 조금 넓은 정도, 인구는 50여만명이다. 인근의 세부나 보라카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덕분에 자연 상태가 잘 보전되고 있다. 필리핀에서도 마지막 남은 숨겨진 비경으로 불린다. 한국인 방문객은 1주일에 50∼100명이다.

배를 타고 들어간 팔라완 지하강 내부. | 하나투어 제공

배를 타고 들어간 팔라완 지하강 내부. | 하나투어 제공

팔라완 최대 명소는 ‘지하강’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2011년 한국의 제주도와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뽑힌 곳이기도 하다. 팔라완의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에서 자동차로 3시간가량 달리면 ‘사방비치’에 도착한다. 이곳부터 지하강 국립공원이다. 사방비치에서 필리핀 전통 배 ‘방카’로 갈아타고 15분을 더 가면 지하강이 나온다.

지하강은 2000만년 전 석회암지대에 형성된 거대한 천연동굴이다. 길이가 8.2㎞에 달하는 동굴 안에는 강이 흐른다. 동굴 탐험은 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참가할 수 없다. 주 정부에서 생태계 보호를 위해 하루 최대 1200명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굴 탐험은 4∼8명이 탈 수 있는 작은 배를 이용해 동굴 입구부터 약 1.5㎞ 거리를 왕복하는 방식이다.

기암절벽과 잔잔히 흐르는 맑은 쪽빛 강물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배가 지하강 동굴로 빨려 들어가면 칠흑 같은 어둠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깊이를 알 수 없는 정적 앞에서 사람들은 일순 압도당한다. 뱃사공이 조명을 비추자 기이한 석회암 종유석과 석순, 대리석 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세월이 빚어낸 대자연이 인간의 상상력을 뒤집어 버리는 순간이다.

사진 촬영은 최첨단 전문가용 카메라가 아니라면 접어두는 게 낫다. 뱃사공의 조명을 따라 펼쳐지는 비경을 눈에 넣어두는 것이 현명하다. 동굴 안에는 박쥐가 많다. 이곳 사람들은 배로 유람하면서 박쥐 오줌을 맞으면 행운이 깃든다고 믿는다.

동굴 탐험과 함께 트레킹도 할 만하다. ‘사방비치’에서 출발, 세인트풀산을 에돌아 지하강 입구까지 가는 8㎞ 코스가 있다. 2시간 정도 열대림을 끼고 걷는다. 돌아올 때는 방카를 타고 올 수 있다. 트레킹 코스를 예약하면 전문 가이드가 동행한다.

팔라완에는 지하강 이외에도 이색 명소가 많다.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이와힉강 하류도 그중 하나다. 해가 지면 강의 양쪽 맹그로브숲에 서식하는 반딧불이의 쇼가 날마다 벌어진다.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는 반딧불과 맑은 별빛이 어우러진 ‘밤무대’는 즐기는 사람이 임자다.

무인도인 카우리섬 해변은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좋다.

무인도인 카우리섬 해변은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좋다.

■ 바닷속 열대어도 보고 화산재로 찜질하니 피로가 싹~

물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푸에르토 프린세사 인근 혼다만 선착장에서 주변의 무인도로 가면 된다. 10여개의 무인도 가운데 판단섬과 카우리섬 해변의 수심이 얕고 물이 맑다. 스노클링 마스크를 준비해 바닷속에 들어가면 다양한 열대어와 산호초 군락을 만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길이가 30㎝나 되는 대왕조개도 볼 수 있다.

팔라완에서 돌아오는 길에 즐기는 온천체험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마닐라 북쪽으로 2시간 정도 가면 푸닝 유황온천이 나온다. 온천욕을 하기 전 ‘화산재 찜질 체험’이 독특하다. 화산 폭발 때 만들어진 부드러운 화산재로 10여분 찜질을 한다. 이어 유황이 함유된 노천온천에서 휴식을 취하면 쌓인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다.

미지의 섬 팔라완은 한국에서 꼬박 12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다. 필리핀의 다른 지역에 비해 거리가 멀고 편의시설도 많이 부족한 곳이다. 하지만 기다림과 불편을 감수해도 좋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 팔라완 길잡이

동굴 속 ‘거대한 원시’로 빨려 들다… 세계 7대 자연경관 필리핀 ‘지하강’ 팔라완

팔라완 직항노선은 아직 없다. 인천공항에서 마닐라공항을 경유해 팔라완의 푸에르토 프린세사로 들어가야 한다. 비행시간은 인천에서 마닐라까지 약 4시간, 마닐라에서 푸에르토 프린세사까지 약 1시간20분이다. 마닐라공항에서 뜨는 비행기편은 1∼2시간 연착이 다반사다. 대기하고 이동하는 시간을 느긋하게 잡아두는 게 좋다. 숙소는 푸에르토 프린세사 도심의 아지자 파라다이스호텔이나 지하강 인근쉐리단 비치 리조트가 깨끗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필리핀 페소로 넉넉히 환전하는 일도 빼놓지 말자. 호텔이나 상점에서 달러와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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