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덕운동장에 아파트 건설 백지화해야”…반발 여론 확산

권기정 기자

주민협, 구청장 주민소환 예고

시민단체, 부산시장 사과 요구

축구전용구장으로 재개발이 추진되는 부산 서대신동 구덕운동장. 부산시 제공

축구전용구장으로 재개발이 추진되는 부산 서대신동 구덕운동장. 부산시 제공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부산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부산시가 아파트 건립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주민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는 “대책 없는 건설행정”이라며 부산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부산시는 애초 사업비 7990억원을 투입해 구덕운동장 일대 7만㎡ 부지에 축구전용구장(1만5000석)을 비롯해 문화·생활체육시설과 상업·업무시설, 아파트·오피스텔을 건립(2028년 준공)하는 내용의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 신청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올 2월 계획에는 아파트 530가구(3개동·38층) 건립이었으나 지난 5월에는 850가구(4개동·49층)로 건립 규모가 커졌다.

구덕운동장 재개발로만 알았다가 대규모 아파트 건립 계획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반발했고, 지난 6월에는 아파트 건설 반대 서명 운동이 펼쳐졌다.

결국 부산시는 지난 6일 아파트 건립 규모를 36층 600가구로, 사업비는 7990억원에서 6641억원으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심재민 부산시 문화체육국장은 “시민토론회 개최, 전문가·주민대표·시의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지역간담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파트 개발에 대한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는 7일 성명을 내고 “부산시는 아파트 건설 계획을 축소가 아닌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한수 서구청장에게 아파트 개발에 찬성한 것을 사과하고, 해당 사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부산시와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 회원들이 6월 27일 부산시의회에서 “100년 역사의 미래유산을 지켜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권기정 기자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 회원들이 6월 27일 부산시의회에서 “100년 역사의 미래유산을 지켜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권기정 기자

이들은 9일까지 이러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주민소환제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주민소환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투표와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할 수 있는 제도이다. 구청장에 대해서는 주민 15% 이상의 서명으로 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주민협의회는 지난 6월 구덕운동장 건립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면서 서구 주민 10만5000명 가운데 2만여명에게서 반대 서명을 받은 바 있다.

부산환경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시민저항과 반대를 일으킨 물의에 책임을 지고 부산시장이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재개발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부산환경회의는 8일 “주민이 재개발을 반대하는 근본적 이유는 기존 운동장을 팔아 고층아파트를 짓고 나머지로 새 축구장을 만들겠다는 계획 그 자체”라며 “이 사업에서 축구장은 들러리요, 본질은 고층아파트”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이 사업은 운동시설의 축소를 전제하기 때문에 아파트 층수 몇 개 층을 줄인다는 것은 주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민 개개인이 중심이 되는 도시, 기존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간 재분배를 통해 구현하는 도시가 박형준 부산시장의 ‘15분도시’인데, 구덕운동장 재개발이 도시재생혁신지구사업으로 갈아타면서 ‘15분 도시’의 의미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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