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앞두고 ‘박정희 광장’ 된 동대구역 광장

백경열 기자

시민단체, 표지판 앞에서 “독재 친일부역자 우상화” 반발

연말까지 동상도 세울 예정…홍준표 시장 “공 인정해야”

<b>시민 분노에도…박정희 전 대통령 표지판 제막</b> 14일 동대구역 앞에서 열린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 표지판과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사진).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날 동대구역 앞에 설치된 표지판을 올려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 분노에도…박정희 전 대통령 표지판 제막 14일 동대구역 앞에서 열린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 표지판과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사진).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날 동대구역 앞에 설치된 표지판을 올려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가 지역 주요 관문인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부르기로 하자 시민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했다.

대구시는 14일 동대구역 앞에서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 행사를 진행했다. 표지판은 전날 미리 설치돼 하얀 천으로 가려져 있다가 이날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이곳은 특별한 명칭이 없이 ‘동대구역 광장’이라고 불려왔다.

표지판은 폭 0.8m, 높이 5m 크기이다. 구조물 가장 윗부분에는 부조 방식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져 있고, 아래쪽에 ‘PARK JEONG HEE SQUARE’라는 작은 글씨가 적혀 있다. 표지판 가운데 ‘박정희 광장’이라는 글씨가 새겨졌다.

대구시는 올해 말까지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울 예정이다. 또 광장 일대 환경을 정비해 이곳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에게 대구의 산업화 정신을 알릴 수 있는 장소로 꾸민다는 방침이다.

대구 시민단체가 연대한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와 5개 야당 관계자들은 행사 전 표지판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독재의 망령으로 동대구역을 더럽히지 말라’ ‘친일부역자 우상화 웬 말이냐’ 등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을 비판했다.

시민단체 등은 표지판의 철거와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 등 기념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구시가 박정희 광장이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행정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임성종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광복절을 앞두고 친일 부역자이자 만주군 소위를 하면서 독립군을 때려잡던 박정희 동상을, 박정희 이름을 딴 광장으로 설치하려고 한다”며 “일제에 맞선 독립운동가와 2·28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영령들이 통탄할 일”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폭염 속에서도 “박정희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역사다”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 표지판 즉각 철거하라” 등의 목소리를 내며 맞섰다. 대구시는 행사장과 기자회견장 사이에 공무원 등을 동원해 ‘인간 벽’을 세웠다. 경찰도 인력을 투입해 두 집단 사이를 막아 물리적인 마찰은 없었다.

홍 시장은 “역사 인물에 대한 공과는 언제나 있는 법이기에 과만 들추지 말고 공도 우리가 기념해야 할 부분은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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