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발언에 이철우 “왕조시대에도 불가능”…‘TK신공항’ 대구·경북 갈등 심화

김현수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경북신공항 ‘입지’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강경 발언에 대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왕조시대에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직격했다. 이 지사가 홍 시장을 비판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으로 행정통합과 TK신공항을 두고 두 광역자치단체 간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2일 오후 도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홍 시장의 돌출 발언이나 사실과 다른 주장, 일방적 공격 등에 대해 참아 오면서 말을 아껴왔다”며 “(홍 시장이 언급한) ‘플랜B’를 만들겠다는 발언은 왕조시대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 10일 산하기관장 회의에서 “경북도의 무관심과 의성의 복수터미널 위치에 대한 무리한 요구로 국책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공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군위군 우보면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플랜B’ 방안도 검토하라”고 대구정책연구원에 지시했다.

이는 신공항 건설 예정지에서 의성 지역을 제외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에도 신공항 화물터미널 배치 문제를 두고 의성군의 반발이 커지자 의성군을 제외하는 ‘비상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의성군은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화물터미널 위치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 시장은 12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억지와 떼쓰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세상이 안정된다”, “의성군이 또 집단 떼쓰기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뗏법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님비현상”이라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경북도와 의성군 등을 비판했다.

지난 6월4일 정부 서울 청사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우동기 지방 시대위원장이 대구경북 행정통합 관계 기관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월4일 정부 서울 청사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우동기 지방 시대위원장이 대구경북 행정통합 관계 기관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지사는 홍 시장이 신공항 건설 핵심 문제인 특수목적법인(SPC)출범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남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이달까지 신공항SPC 출범을 공언했으나 대구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대구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1만호를 넘어섰다.

이 지사는 “대구시는 신공항 건설에 가장 중요한 건설업자를 못 구하고 있다. 이것이 핵심 문제”라며 “과정에 애로가 있다고 하여 협력해야 할 상대방을 겁박하거나 책임을 전가하고 본질과 다른 문제로 여론을 호도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정대 의성군통합신공항이전지원위원장도 지난 11일 “대구시는 꼼수로 군위군을 대구시로 편입하고 민항터미널 등 돈 되는 건 다 가져갔다”며 “국방부 등과 합의문으로 정한 사항을 대구시장이 시민과 도민을 상대로 사기 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 지사는 난항을 겪는 신공항 건설 SPC 구성과 관련해서는 신공항 건설뿐 아니라 신도시, 교통망 건설 사업까지 패키지로 묶어 사업자에게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신공항 SPC 참여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부여하고 경북도도 참여하겠다는 취지다.

이 지사는 행정통합과 관련해서도 “대구·경북이 다시 일어설 기회를 한 사람의 독단으로 놓쳐서는 절대 안 된다”며 “그 미래 사업을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결정하는 건 맞지 않는다. 전문가한테 맡겨야 한다. 다시 한번 홍 시장이 재고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해서 지난달 27일 의견 차이를 이유로 무산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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