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파헤쳐지는 하천…효과는 글쎄

이종섭 기자
대전 갑천(왼쪽)과 유등천에서 하천 준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종섭 기자

대전 갑천(왼쪽)과 유등천에서 하천 준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종섭 기자

지난 7일 오후 대전 유성구 원촌동 원촌교 아래 갑천 하류에서 굴삭기 두 대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가물막이 공사를 하고 하천 바닥에 쌓인 퇴적토를 걷어내는 준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천변에는 바닥에서 퍼올린 흙과 모레가 수백미터에 걸쳐 쌓여 있었다.

중구 안영동 안영교 아래 유등천에서도 현재 준설 공사가 한창이다. 안영교에서 사정교까지 1.8㎞ 구간의 퇴적토를 걷어내는 공사가 오는 7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평소 수변식물이 자라던 하천 산책로 주변은 바닥에서 퍼올린 토사로 뒤덮여 있었다.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하천 바닥이 파헤쳐지고 있다.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내세우지만 환경단체는 하천 준설이 실질적인 홍수 예방 효과는 없고 하천 생태계만 교란하는 예상낭비 사업이라고 지적한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에서는 현재 갑천·유등천·대전천 등 도심을 관통하는 3대 하천에 대한 준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3대 하천은 모두 국가하천으로 환경부로부터 하천유지관리비 42억원을 지원받아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대전시는 당초 오는 7월까지 6개 공구에서 16개 지점 7㎞ 구간에 대한 퇴적토 정비를 실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사토(모레 섞인 흙) 처리 문제로 공사 구간을 일부 축소했다. 내년까지는 모두 33개 지점에 대한 퇴적토 정비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전 3대 하천에서 이같은 대대적인 준설이 진행되는 건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된 4대강 사업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대전시는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원촌교와 만년교 일대 등 갑천 일부 구간의 수위가 기준치를 넘어서 홍수 경보가 발령된 만큼 집중호우에 따른 주변 지역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퇴적토를 걷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하천 준설 현장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하천 준설 현장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하지만 환경단체는 준설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퇴적토를 걷어내더라도 준설 구간이 금세 메워지기 때문에 실제 하천 수위 하강이나 홍수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준설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등의 서식처가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환경단체의 반대 논리다. 최근 전북에서는 환경단체가 전주 지역 하천에 서식하던 물고기 종류가 준설 공사 이후 4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는 모니터링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과거에는 정기적인 하천 준설이 이뤄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미미한 준설 효과와 환경적 영향을 고려해 대대적인 준설을 지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준설이 홍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 하천에는 300∼400m 마다 보 또는 낙차공이 설치돼 있는데 이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 불필요한 인공구조물을 철거하는 것이 홍수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천 준설을 둘러싼 갈등은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충북도가 환경부에 건의해 미호강에 대한 대규모 준설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반발하고 나섰다. 경남에서도 환경단체가 남강 상류와 창원천, 김해 해반천 등의 준설 공사를 놓고 자치단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준설 갈등은 정부 하천 정책과 무관치 않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통해 국가하천 정비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퇴적토 준설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국가하천 등에 대한 대대적인 준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시 관계자는 “정부에서 하천유지관리를 위해 예산을 지원해 대규모 정비가 가능한 것은 맞다”며 “퇴적토 정비 효과에 관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없지만 홍수 위험 지역에 대한 응급 조치로서의 불가피성이 있고, 인공구조물 철거 등은 별도의 장기적인 대책으로 검토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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