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어린이보호구역 단속 기준 ‘일방적 완화’ 논란

고귀한 기자

CCTV 주정차 단속 시간 축소…자치경찰위도 몰라, 학부모 등 “황당” 반발

“광주시와 구청은 아이들 안전보다 주변 상인 등의 민원이 더 중요한가 보네요. 이럴 거면 애초에 뭐하러 법까지 바꿔 단속을 합니까?”

초등학교 2학년과 4학년 아이들을 둔 김지연씨(36)는 9일 광주광역시 전역에서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단속이 완화될 것이라는 소식에 황당해했다. 김씨는 “아이들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데 한 번도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방학 때 갑자기 결정한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가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단속 완화를 결정했다. 방학 중 학부모나 학교 등의 의견수렴 없이 이뤄진 ‘기습 완화’에 관련 단체와 학부모들의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지난달 27일 교통 관련 부서 연석회의를 열고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단속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 기관은 의정연구단 소속 기초의원들이 ‘주정차 단속 완화’를 건의했다며 단속 완화에 합의했다.

이날 결정으로 광주시 어린이보호구역 456곳의 주정차 단속은 대폭 완화된다. 폐쇄회로(CC)TV를 이용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됐던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단속 시간은 오후 6시까지로 2시간 단축된다. 주말과 휴일에는 아예 단속하지 않기로 했다.

단속 유예 시간도 대폭 늘어난다. 그동안 각 구는 5분에서 10분 정도 시간을 준 뒤, 이동하지 않는 차량을 단속해왔다. 앞으로는 이 시간을 5개 구 모두 15분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각 구는 조만간 이런 내용을 행정예고하고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는 지난해 10월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전면금지됐다. 위반 시에는 일반 도로보다 3배 많은 12만원(승용차 기준)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정차 차량으로 시야가 가려지면서 발생하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였다.

시행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는 실제 감소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광주지역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8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8명이 다쳤다. 이는 10건에 10명의 부상자가 나온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줄어든 수치다.

광주시와 자치구는 단속 완화 이유로 주변 주민과 상인들의 민원을 내세웠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상가 이용이나 어린이 승하차 등 현장의 실태를 고려해 CCTV 단속 방법을 개선해달라는 민원이 자주 발생했다”면서 “찾아가는 구청장실을 통해서도 이와 관련한 건의가 상당수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주시와 자치구는 교육청이나 학교, 학부모 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았다. 지난해 출범한 광주시자치경찰위원회는 1호 시책으로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자치경찰위조차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단속 CCTV 운영은 자치구 재량이다. 교육당국이나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고 추진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녹색어머니회 관계자는 “이렇게 중요한 일을 관련 기관과 논의도 없이 회의 한 번으로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민원이 많아 성가신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단속 문제를 5개 구가 방학 중에 밀약해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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