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으로 길을 내겠소’ 경북도청사 수억원 공사 도마에

글·사진 백경열 기자

동·서 진입로 두고 도로 신설

경북도 “각종 행사 대비·유교사상 지역민 의견 반영”

경북 안동 경북도청사 남쪽 진입로에서 지난달 22일 인도를 걷어내고 도로를 닦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북 안동 경북도청사 남쪽 진입로에서 지난달 22일 인도를 걷어내고 도로를 닦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북도가 청사 접근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최근 수억원을 들여 진입도로 신설 공사를 추진해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 진입로로 청사 진·출입이 가능한데 막대한 예산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도는 지난달 5일부터 광장 등이 조성돼 있는 청사 남측 인도와 화단 일부를 걷어내고 진입도로를 추가로 만드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도청 남쪽 도로에서 본관 앞 회랑까지 400m 구간에 폭 4m의 도로를 새로 내고, 나무 15그루를 옮겨 심는 게 이번 사업의 주된 내용이다. 또 도로 개설에 따라 경비실을 추가로 만들고 도로 안내판 등을 이전 설치한다. 이 공사는 다음달 3일까지 진행되며 용역비 2000만원을 포함해 모두 4억4000만원이 들 예정이다.

경북도는 2016년 3월 대구에서 안동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2개 방면(동·서)을 통해 청사로 차량 진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준공 당시 동쪽과 서쪽에서 각각 지하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차량 출입 동선을 만들고, 남쪽에는 인도를 만들었다.

이를 두고 현재 차량 통행에 문제가 없는 만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가로 토목 공사를 벌이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북도청 인근에 사는 A씨(42)는 “얼마 전 도청 안에서 산책을 하던 중 굴착기가 멀쩡한 인도를 부수고 뒤집는 모습을 보고 황당했다”면서 “도청 신도시는 차가 막히지 않아 조금만 돌아가면 청사까지 갈 수 있다. 굳이 길을 하나 더 내려고 혈세를 들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각종 행사 시 차량을 통한 청사 접근을 더욱 쉽게 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또한 기존 동·서문(측면) 진입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공사가 필요하다는 게 경북도의 설명이다.

도 관계자는 “유교 사상을 강조하는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신청사의 남쪽에 주 출입구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특히 안동 지역이 유교 정신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이러한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2018년 정부합동감사를 통해 경북도가 신청사로 이전한 후 1년여간 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주차장 재공사, 조경 사업과 같은 불필요한 유지·보수 공사에 13억1137만원을 과다 집행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돼 부담을 느끼긴 하지만 방문객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사업의 타당성을 위해 건축·문화재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의견도 들어 결정한 만큼 양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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