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기념에 1200억 쓰고도…“1000억 더”

김현수 기자

경북 구미시 숭모관 건립 추진, 부지 제외 건설비만 1000억

이미 추모관·공원 있는데 대형 야구장 건설 맞먹는 예산 책정

경북 최악 부채, 내부 비판도…시민들 “복지 예산 없다더니”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에 있는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에 있는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북 구미시가 1000억원을 들여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숭모관을 건립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숭모관 건립 예정지가 구미시 소유이므로 사실상 건축비로만 1000억원을 쓰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12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구미시는 박 전 대통령의 철학과 뜻을 기리고 품격 있는 추모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박정희 대통령 숭모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생가에 있는 기존 추모관이 협소하고 비탈길에 위치해 방문객들의 불편과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위치를 변경해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조만간 5000만원을 들여 타당성 조사와 숭모관의 규모, 형식 등 건립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숭모관 규모다. 건립 예정지는 박 전 대통령 생가와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새마을공원) 사이 유휴공간이다. 이 일대는 구미시 소유의 땅이다. 숭모관을 짓는 데만 1000억원을 쓰겠다는 것이다. 구미시 내부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다. 구미시 한 관계자는 “통상적 건축물을 짓는 데 부지 매입 비용이 60~70% 정도고 나머지가 건축비”라며 “1000억원짜리 추모 공간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2019년 문을 연 경남 창원의 NC파크 건축비용은 1270억원이다. LG그룹이 서울 잠실 돔구장 건립에 투자 의향을 내비친 금액도 1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대형 야구장 건설비용과 맞먹는 숭모관 건립계획을 지역 시민단체는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현재까지 총 1219억원에 달한다. 박정희 추모관 등을 짓기 위한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비 312억원(2023년 실시계획 변경고시 기준), 새마을공원 건립비 907억원 등이다. 이후 경북도·구미시는 새마을공원 내부 전시물 보강 공사에 50억원을 추가로 썼다. 해당 시설들의 인건비 등 운영비는 매년 25억원가량이 소요된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구미에 가장 필요한 것은 복지와 생활문화 확충”이라면서 “ 김천만 해도 김천문화예술회관에서 세계적인 공연을 한다. 기념사업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숭모관 건립을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구미YMCA도 “숭모관 건립 계획을 철회하고 민생과 지역경제 회복에 힘을 보태라”고 촉구했다. 직장인 김모씨(40대)도 “코로나 때도 정부지원금을 제외하고 예산 없다고 단돈 10원도 주지 않은 도시가 구미”라며 “보육환경 개선이나 대중교통 활성화 등에는 돈 한 푼 쓰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역대 최악의 재정 상황에서 숭모관을 짓는 것 자체가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미시의 부채 상황은 경북 23개 시·군 중 가장 나쁘다. 구미시 부채는 2019년 1854억원에서 2020년 2098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숭모관) 건립기금은 국비 확보와 박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국민의 자발적인 모금 운동으로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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