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식량·탄약 나르던 ‘지게부대’…73년 만에 추모비 건립

김현수 기자
김재욱 칠곡군수(왼쪽에서 세 번째)와 마을 주민들이 지난해 8월 경북 칠곡군 석적읍 망정1리 호국평화 지겟길 입구에 서 있다. 칠곡군 제공

김재욱 칠곡군수(왼쪽에서 세 번째)와 마을 주민들이 지난해 8월 경북 칠곡군 석적읍 망정1리 호국평화 지겟길 입구에 서 있다. 칠곡군 제공

한국전쟁 당시 보급품을 지게로 운반하며 국군을 지원했던 경북 칠곡 주민들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비가 73년 만에 건립된다.

칠곡군은 고 백선엽 장군의 장녀 백남희씨(75)가 1200만원을 들여 높이 160㎝ ‘다부동전투 지게 부대원 추모비’를 마련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추모비는 오는 7월5일 백 장군 동상과 함께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설치될 예정이다.

칠곡군 석적면 망정1리 인근 328고지는 남한군과 북한군의 치열한 공방으로 15차례나 주인이 바뀔 정도로 격전지였다. 국군은 고지전 특성상 보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사실을 안 칠곡 주민들은 스스로 지게를 어깨에 짊어졌다. 민간인 신분임에도 지게에 탄약·연료·식량 등 보급품 40㎏을 싣고 산 정상에 있는 국군과 미군에게 전달했다. 내려갈 때는 숨지거나 다친 장병을 지게에 지고 내려와 야전병원으로 옮기기는 등 병참 임무를 담당했다. 일명 ‘지게부대’다.

이 전투에서 지게 부대원 약 2800명이 전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참전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게 부대원의 유가족은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엔군은 한국전쟁 때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 모습이 알파벳 A와 닮았다는 이유로 ‘A-frame Army’라고 불렀다. 미8군 사령관이었던 밴 플리트 장군은 회고록에서 “만일 노무대원들(지게부대)이 없었다면 최소 10만명 정도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보내야 했을 것”이라며 그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지게 부대원과 학도병처럼 숨은 영웅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었다”면서 “그들을 기억하고 재조명하는 일에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 장군은 다부동 전투 당시 국군 제1사단을 지휘해 한국전쟁 영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정당·시민사회단체 등은 백 장군이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독립군 토벌대로 악명 높은 간도특설대에서 2년가량 복무한 사실을 근거로 친일 논란을 제기했다.

이에 경북도는 백 장군 동상 건립과 관련한 예산을 칠곡 보훈단체 등 주민의 자발적인 모금 운동으로 진행했다. 당시 백 장군의 친일 논란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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