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에 삶터 잃은 길냥이들 구해주세요”

글·사진 김태희 기자

영역 지키려는 습성에 공사장 맴돌다 위험 노출·굶주림 허덕

광명지역 동물보호단체, 1년6개월 시 설득 돌봄센터 문 열어

캣타워·캣휠·집중 케어실 등 갖춰…현재 25마리 ‘임시보호’

경기 광명시의 재개발 현장에서 구출된 길고양이들이 지난 14일 개발지역동물돌봄센터 ‘길동무’에서 쉬고 있다.

경기 광명시의 재개발 현장에서 구출된 길고양이들이 지난 14일 개발지역동물돌봄센터 ‘길동무’에서 쉬고 있다.

경기 광명시 하안동의 개발지역동물돌봄센터 ‘길동무’. 지난 14일 찾아간 이곳에는 태어난 지 5개월 된 ‘소소’부터 8년 된 ‘삐삐’까지 모두 25마리의 길고양이가 살고 있었다. 길동무에 사는 고양이들은 모두 재개발 현장에서 구출됐다. 길동무는 구출된 길고양이 중 중성화 수술 후 회복이 필요하거나 질병을 앓는 고양이를 잠시 돌보는 시설이다.

길동무는 ‘길고양이 동무’라는 뜻이다. 76㎡ 남짓한 공간에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고양이들이 생활하거나 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캣타워와 캣휠을 비롯한 각종 고양이 용품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쪽에는 재개발 현장에서 구조된 뒤 회복까지 쉴 공간인 ‘TNR케어실’과 상태가 나쁜 고양이들이 따로 쉬는 ‘집중보호실’이 있었다. 재개발 현장에서 사는 고양이들의 건강 상태는 좋지 못하다. 양질의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렵고 깨끗한 물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탓에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병을 달고 산다.

이 때문에 길동무에 사는 고양이의 절반 정도는 구내염을 앓고 있다. 구내염은 면역력이 떨어진 고양이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이다. 3살로 추정되는 ‘참깨’는 구내염이 심해 이빨을 모두 뽑아야만 했다. 구조 당시에는 오랜 기간 밥을 먹지 못해 삐쩍 마른 상태였다.

재개발 현장에서 사는 길고양이들은 중장비가 자주 다니는 환경 탓에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무너지는 건물 잔해에 깔려 숨을 거두는 일도 다반사다. 현장에서 고양이를 구조하는 활동가들의 말에 따르면 광명시의 재개발 현장에서도 죽은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고 한다. 길동무는 이처럼 터전을 잃고 위험에 노출된 고양이들이 구출된 뒤 잠시 쉴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고양이들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거나 건강을 회복한 뒤 다른 안전한 지역에서 살게 된다.

길동무가 만들어지는 데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물보호단체인 ‘광명길고양이친구들’의 역할이 컸다. 이 단체는 재개발 지역에 사는 고양이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 왜 별도의 보호시설이 필요한지 등을 광명시 측에 꾸준히 알려왔다. 1년6개월여의 설득 끝에 지난 13일 길동무가 문을 열었다.

오지영 광명길고양이친구들 대표는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습성이 있어 이주 방사를 시켜도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면서 “무작정 다른 곳에 옮기는 건 (이주지역 주민과의) 또 다른 갈등만 부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광명에는 총 16개의 재개발구역이 있고 이곳에는 아직도 1000여마리의 길고양이들이 생존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길동무를 시작으로 더 많은 개발지역동물돌봄센터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광명시는 ‘길동무’의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동물보호복지종합센터를 건립해 유기동물 보호 여건 개선,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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