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7시 경기 광명시 하안동 광명시평생학습관 104호에는 백발의 어르신부터 청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 20여명이 모였다. 광명시에서 운영하는 ‘자치대학 탄소중립학과’ 학생들이었다. 살아온 시간과 경험은 다르지만 모두 ‘탄소중립’에 평소 관심이 있었거나,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곳을 찾은 이들이었다.
이날 탄소중립학과에서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를 주제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의 강연이 진행됐다. 그가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 쓰레기 문제 등으로 고통받는 야생동물에 대해 설명하자 학생들은 안타까워 했다.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선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발생량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에는 많은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들은 단지 강의를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어 실생활에서 배운 것을 실천하고 있다. 탄소중립학과에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소동아리가 있다.
동아리 학생들은 매주 월요일 만나 일상 생활에서 실천한 제로웨이스트 경험을 공유하고, 제로웨이스트 매장이 어딘지 등의 정보를 나눈다. 핸드북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활동도 한다.
환경부 퇴직 공무원이자 자치대학의 학생인 이정은씨(64)는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자치대학의 장점인 것 같다”며 “시니어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에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도 좋다”라고 말했다.
신은지씨(38)는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을 구체화 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수업 후 이뤄지는 토론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도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광명시는 2019년부터 ‘자치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광명시민이거나 광명시 생활권자라면 누구나 자치대학의 학생이 될 수 있다. 강의비는 총 10만원이다.
자치대학은 시민들이 직접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마을 리더’를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지난 4년간 290명의 마을리더를 배출했다.
올해 ‘5기 자치대학’에는 120명이 입학했다. 학생들은 오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20차례에 걸쳐 각자의 전공에 대해 학습한다. 올해 문화도시학과, 마을공동체학과, 탄소중립학과, 정원도시학과, 사회적경제학과 등 총 5개 전공이 개설됐다.
사회를 반영하는 만큼 자치대학에 개설되는 ‘전공’은 매년 달라진다. 지난해 4기 자치대학에서는 도시브랜딩학과, 공동체예술학과, 생태정원학과, 사회적경제학과, 기후에너지학과 등 5개 전공을 운영했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일부 학과는 개편되거나 새로 생기는 것이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자치대학 4기부터는 시가 전공을 만드는데 관여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스스로 공부할 학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학습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사회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자 역할을 하는 마을리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