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0원’…이게 됩니다

‘경기 RE100 사업’ 선정된 평택 호정마을, 태양광 발전으로 에너지비용 절감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안중읍 호정마을에서 엄기영씨가 마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를 바라보고 있다.

“에너지 자립을 이룬 덕분에 올해 여름 역대급 폭염에도 전기료 걱정 없이 지냈어요.”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안중읍 호정마을에서 만난 이장 엄기영씨(54)는 주택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를 가리키면서 이같이 말했다.

호정마을은 89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지난해 ‘경기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기회소득마을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이후 총 45가구가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들였다. 개별 가구는 설치비의 20%만 부담하면 태양광 발전설비를 가동할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은 3㎾(킬로와트) 규모의 자가소비용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한 이후 에너지 부담을 덜었다고 했다. 호정마을의 올해 태양광 발전량은 가구 평균 325㎾h(킬로와트시)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기 사용량과 비교하면 태양광 발전량을 제외하고 월 38㎾h 정도의 전기를 사용한 셈이다.

올해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를 덮친 상황에서 태양광 패널 덕을 톡톡히 봤다. 7~8월 태양광 발전설비를 가동한 호정마을의 가구당 전기요금은 4만원 정도다. 전력 사용량이 적었던 가구 중에는 청구서에 ‘0원’이 찍힌 경우도 있다.

반면 이를 설치하지 않은 가구에서는 평균 2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나왔다.

엄씨는 “이전에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면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면서 “에너지 기회소득마을이 되고 나서부터는 이런 걱정을 덜었다. 주민들도 잘한 선택이라고 한다”고 했다.

호정마을은 마을 공용 발전설비를 운용해 마을기금도 쌓고 있다. 마을 공용 태양광 발전소(10㎾)의 전기 판매 수익으로 매달 16만~20만원이 발생한다. 지붕을 빌려준 가구에 매달 7만원의 임차료를 주고 남은 돈은 마을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경기 RE100 기회소득마을 지원사업을 통해 평택 호정마을을 비롯, 4개 시군 5개 마을에 1821㎾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를 지원했다.

선정된 마을은 개별 태양광 발전설비뿐만 아니라 대형 태양광 설비에 투자해 배당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마을 내 개인 건물 및 부지 등에 100~1000㎾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지분을 투자한 주민에게 연이율 25% 수준의 발전 수익을 매달 현금으로 배당한다.

지난해 사업에 참여한 경기 이천시 어석1리 마을은 마을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 월평균 8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중 유지관리비, 마을복지기금 등을 제외하면 발전소 건립에 참여한 조합원이 20년간 월 15만원 정도의 배당금을 받는다.

경기도는 현재 내년도 사업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20억원 수준의 RE100 마을 지원사업 예산을 올해 3배 이상인 62억원 규모로 늘렸다. 경기도는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을 우선 선정해 에너지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