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짜리 ‘짝퉁 거북선’ 154만원에 낙찰…낙찰자는 ‘고민 중’

김정훈 기자

부실제작 논란 거제 거북선

인수비용 1억 ‘배보다 배꼽’

낙찰자 최종 계약 여부 고심

시, 계약 무산 땐 철거 계획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 조선해양문화회관 앞에 있는 거북선. 거제시 제공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 조선해양문화회관 앞에 있는 거북선. 거제시 제공

20억원을 들여 제작했지만 부실 제작과 짝퉁 논란으로 애물단지가 됐던 경남 거제 거북선이 8차례 입찰에서 154만원에 낙찰됐다. 안타까워서 구매를 결정한 낙찰자는 막상 인수비용이 1억원이 넘어 실제 매매 계약을 할지 고민 중이다. 거제시는 낙찰자가 최종 매매 계약을 하지 않으면 폐기처분을 위해 철거할 계획이다.

거제시는 지난 16일 진행된 ‘거제시 공유재산 매각 일반입찰’에서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회관 앞마당에 있는 ‘임진란 거북선 1호’가 154만원에 낙찰됐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2월 28일 최초 입찰 당시 1억1750만원에 거래가 시작됐지만 7차례나 유찰된 끝에 154만원이라는 가격에 매각됐다. 당시 응찰자 2명 중 1명은 154만원, 1명은 10만원을 써냈다.

거북선은 문화재에 관심이 있는 개인에게 매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낙찰자는 ‘안타까워서 매매하려고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거북선은 2010년 경남도가 진행한 이순신 프로젝트로 제작됐다. 당시 국비와 도비를 합쳐 총 20억원이 투입돼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 크기의 3층 구조로 제작됐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을 재현해 ‘1592 거북선’으로 불렸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 조선해양문화회관 앞에 있는 거북선. 거제시 제공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 조선해양문화회관 앞에 있는 거북선. 거제시 제공

하지만 거북선 제작에 수입 목재를 섞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른바 ‘짝퉁 거북선’ 논란이 일었다.

당시 거북선과 판옥선 건조를 맡은 한 업체는 국산 소나무를 사용하도록 한 시방서와 달리 80% 넘게 수입 목재를 써 약 10억원의 차익을 남겼고 이 일로 업체 대표가 구속됐다.

또 방부 처리를 소홀히 해 목재가 심하게 부식되거나 뒤틀리기도 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는 꼬리 부분이 파손돼 폐기 처분 의견도 나왔다.

거제시는 노후화로 매각을 시도했지만 무게가 122t이 넘어 이동이 쉽지 않고 활용 방안도 마땅찮아 7차례나 유찰됐다. 낙찰가 154만원은 최초 제작비와 비교하면 0.077% 수준이다. 거북선 최초 감정가 1억1750만원보다도 훨씬 적다.

거제시는 그나마 이번 입찰에서 새 주인을 찾은 것이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낙찰자가 실제 매입을 할지는 미지수다. 거북선으로 옮기는 비용이 만만찮아서다. 바지선으로 바다를 이용해 옮기거나, 육지로는 거북선을 분리해 다시 조립을 해야 하는데, 비용이 최소 1억원이 넘게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낙찰자는 낙찰일로부터 10일 이내인 오는 26일까지 잔금을 납부하고 매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낙찰자가 매매 계약 전에 포기하면 보증금 16만원 가량만 내면 된다. 시는 매매 계약을 하지 않으면 이달 말쯤 1억원가량을 들어 철거에 들어갈 계획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제작 당시부터 수입 소나무를 써 상태가 좋지 않았고 태풍으로 파손돼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며 “매각되지 않으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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