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필드에서 시작된 ‘다회용컵 도전’

박미라 기자

다회용기 공유업체 ‘푸른컵’

SK텔레콤 오픈 대회서 시도

대여컵 회수율 90% 넘어…

일반 이용객에도 적용 고민

지난 2일부터 나흘간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 2022’에서 선수들이 일회용컵 대신 푸른색 텀블러를 사용하고 있다. 아래는 클럽하우스에 마련된 다회용컵 대여장소의 모습. 친환경 스타트업 푸른컵 제공

지난 2일부터 나흘간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 2022’에서 선수들이 일회용컵 대신 푸른색 텀블러를 사용하고 있다. 아래는 클럽하우스에 마련된 다회용컵 대여장소의 모습. 친환경 스타트업 푸른컵 제공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커피 판매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시사철 제주 곳곳에서 열리는 각종 스포츠 대회와 회의장에 놓여 있는 일회용컵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제주의 한 신생 친환경 기업이 각종 행사에서 무분별하게 쓰이는 일회용품을 줄이기에 나서 눈길을 끈다.

지난 2일부터 나흘간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 2022’ 대회. 초록의 필드 위 선수들의 손에는 일회용컵 대신 푸른색 텀블러가, 갤러리들의 손에는 다회용컵이 들렸다. 선수들은 매일 아침 필드로 나가기 전 푸른 컵에 음료를 담았다. 다회용 용기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인 ‘푸른컵’이 주최 측과 함께 대회 선수들에게 일회용컵 대신 얼음과 음료가 든 텀블러를 비치해 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데 따른 것이다.

선수들의 컵 회수율은 90%가 넘었다. 갤러리들에게 대여한 다회용컵 역시 별도의 보증금을 받지 않았지만 90%가 회수됐다. ‘일회용컵, 폐기물 없는 제주’를 만들기 위한 행사라는 취지를 들은 선수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강윤석 선수는 “컵도 예쁘고, 얼음이 녹지 않아 경기 내내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며 “환경을 지키는 일에 동참해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출신 골퍼 윤석민 선수도 “골프장에서 친환경 용품을 사용할 수 있어 반가웠다”고 밝혔다. 한정희 푸른컵 대표는 “경기 첫날 선수들은 필드에서 일회용 페트병이 아닌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경기가 끝난 뒤 반납하는 방식을 낯설어하기도 했지만 행사 취지를 듣고는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푸른컵 측은 골프대회뿐만 아니라 골프장을 찾는 일반 내장객들을 대상으로도 다회용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는 국내 최고의 골프 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지난해 내장객만 289만여명에 달한다. 한 대표는 “이들이 골프경기 도중 일회용품을 한두 개만 쓴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골프장은 코스를 순환하는 종목인 만큼 다회용기의 대여와 반납이 쉬워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정착시키는 일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푸른컵은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19 오미크론이 확산되기 이전 제주에서 열리는 대형 회의와 행사에서도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대여하는 서비스를 해 호응을 얻었다. 푸른컵은 또 관광객들이 제주를 여행하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점을 감안해 제주 86개 카페와 협약을 맺고 텀블러를 대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해당 카페에서 일정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컵을 빌려 여행하는 동안 사용 후 반납하면 된다.

한 대표는 “제주는 관광지 특성상 일회용품 사용 빈도가 높은 지역으로, 실제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다”며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위기가 눈앞의 현실이 돼 기업 경영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된 만큼 각종 회의는 물론 스포츠 경기에서도 다회용품 사용이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을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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