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라? 유통 탓?…제주, ‘수상한 유가’ 파헤친다

박미라 기자

전국 최고 수준…물가도 급등

제주연구원에 원인 분석 의뢰

소비자단체와 시장 감시 확대

제주도가 전국 최고 수준인 지역 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 대한 감시를 확대하고, 유통구조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20일 오후 2시 기준 제주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2028원으로, 전국 평균(2004원)보다 24원 높았다. 제주는 서울(2056원)에 이어 강원(2028원)과 함께 전국에서 2번째로 비싼 지역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 기름값은 대체로 전국 평균을 넘어 전국 최고 수준으로 형성된다. 올해만 하더라도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는 서울보다 비싸 전국 최고가를 기록했다. 제주지역의 높은 유가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도민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제주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7.4%를 기록했다.

김현주씨(44·제주시 삼양동)는 “기름값이 비싸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갈 때도 가까운 곳을 고르게 된다”며 “서귀포시 쪽보다는 집과 가까운 제주시 동쪽에서 갈 만한 곳을 찾는 식”이라고 말했다. 제주 온라인 커뮤니티인 맘카페 등에도 “제주시에 살고, 직장은 서귀포시라 출퇴근 거리가 길다. 기름값 부담이 너무 커 전기차 아니면 하이브리드로 바꾸고 싶다” “기름값 내리는 시기 아시는 분 공유해달라” “기름값이 오르니 안 오르는 게 없는 것 같다”며 높은 유가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지역 기름값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이유로는 섬이라는 특성상 가중되는 해상운임비, 대리점을 끼고 공급받는 복잡한 유통구조, 업체의 영세성과 외상거래, 주유소 간 거리가 짧아 가격이 비슷하게 유지되는 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제주도는 보다 정확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 4월 제주연구원에 현안과제로 ‘제주지역 물가 안정을 위한 주요 품목들 대처방안’의 연구 분석을 의뢰했다. 해당 과제에는 제주지역 석유 제품의 유통과 가격구조, 이용실태 등을 분석하는 내용이 담겼다. 과제는 오는 11월 마무리된다.

제주도는 기름값에 대한 민간감시단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소비자단체 에너지석유시장 감시단에 의뢰해 제주지역 경유, 휘발유 가격에 대한 유통, 가격조사를 진행하고 다음달부터 매달 조사결과를 공표하기로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시장을 주시해 전국 최고 유가라는 오명을 해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지역 내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권한을 이양해줄 것을 협의했다. 제주도는 “섬 지역의 특수한 상황 속 유가 담합과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가 의심될 때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조사 기능의 이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공정거래위는 “지역 내 불공정 의심 사례가 발생해 조사를 요청하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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