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분리배출하면 고품질 자원” 제주서 시작된 우유팩 재활용 실험읽음

박미라 기자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 앞장서 실행
구좌읍 세화리에 우유팩 수거 재활용 특화거리
우유팩 배출 많은 ‘동참 카페’ 100곳 모집
시민프로그램 23일, 11월6일 2차례 열려

제주의 한 거리에 설치된 우유팩 수거함.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 제공

제주의 한 거리에 설치된 우유팩 수거함.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 제공

우유팩은 화장지 원료로 사용되는 고급 재활용품으로, 다른 종이류와 별도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씻고 말리는 까다로운 절차에 분리배출 시스템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재활용률은 전국 평균 16%로 매우 낮다.

제주 역시 쓰레기·재활용품 수거시설(클린하우스)에 우유팩 수거함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보니 우유팩은 종이, 상품 박스 등과 함께 배출된다. 거점 수거시설인 재활용도움센터에서만 우유팩을 별도로 받고 있을 뿐이다. 김은지씨(35·제주시 아라동)는 “아이들이 있다 보니 일주일에 2~3개의 우유팩이 쓰레기로 나온다”며 “다 쓴 팩은 다른 종이류와 함께 버린다. 동네 클린하우스에 별도 수거함이 없어 따로 버려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우유팩이 일반 종이와 함께 배출되면 재활용되지 못한 채 쓰레기로 묻히거나 소각된다. 이런 우유팩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실험인 ‘지구팩(지구를 구하는 팩사냥꾼) 캠페인’이 제주에서 시작됐다.

제주지역 민간단체와 공공기관, 기업, 학교 등 33곳이 참여한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 (제주플랫폼) 운영사무국은 우유팩의 낮은 재활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우유팩 자원화 실험인 ‘지구팩 캠페인’을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고 23일 밝혔다.

민복기 제주플랫폼 집행위원장은 “지난 5월부터 시민 원탁회의와 유관기관 협업 테이블, 워크숍 등을 열어 환경과 돌봄을 주제로 한 의제 5개를 선정했는데, 그 중 하나가 분리배출 인식이 낮은 우유팩에 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23일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열린 ‘체험 우유팩의 현장’ 행사에서 시민들이 올바른 우유팩 배출방법을 맞추는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 제공

23일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열린 ‘체험 우유팩의 현장’ 행사에서 시민들이 올바른 우유팩 배출방법을 맞추는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 제공

이번 캠페인은 각종 카페가 밀집한 구좌읍 세화리가 구심점이 된다. 세화리협동조합 주도 아래 구좌읍 세화리를 ‘우유팩 특화거리’로 설정하고, 세화 해변과 카페 밀집지 등 10여곳에 전용수거함을 설치했다. 제주플랫폼은 세화리 이외에도 제주시 전역의 카페를 대상으로 우유팩 분리배출에 앞장설 100여 곳을 모집하고 있다. 오윤미 제주플랫폼 사무국장은 “카페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의 우유팩이 나오는 곳으로, 동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이 돋보이는 점은 시민과 민간 활동가, 기업, 학교 등이 전방위적으로 함께 참여한다는 것이다. 동참카페 모집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 컵 대여사업을 하고 있는 ‘제주푸른컵’이 앞장서고 있다.

우유팩 수거는 제주시니어클럽이 맡는다. 이들은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동참카페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우유팩을 수거하고 수거량을 측정한다. 한국농어촌공사 제주지역본부도 사내 동아리를 결성해 삼양, 화북 일대 20여 개 참여 카페를 모집하고 우유팩 수거에 나선다.

세화리에 설치될 우유팩 수거함은 제주한라대학교 LINC 3.0사업단이 참여해 디자인했다. 수거함은 세화리뿐만 아니라 제주YMCA, 한라대학교, 원도심 등에도 설치돼 수거 거점 역할을 한다. 기업의 참여로 (주)제주국제컨벤션센터 옥외광고판과 제주은행 현금인출기에서는 지구팩 캠페인 광고가 진행된다.

인식 개선을 위한 시민 참여 행사도 잇따라 열린다. 23일에는 올바른 우유팩 배출방법을 맞추는 게임 등을 하는 ‘체험 우유팩의 현장’이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진행됐다. 다음 달 6일에는 구좌읍 세화리에서 ‘지구팩 시민대회’가 열린다.

연말까지 모인 우유팩은 화장지로 재생산해 필요한 곳에 기부된다. 민 집행위원장은 “이번 캠페인은 시민부터 기업 등 각종 기관이 함께 뜻을 모은 의미 있는 실험”이라며 “시민들에게는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제도적으로는 배출과 수거 시스템이 개선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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