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위험천만한 ‘숨은 명소’를 찾거나 이른바 ‘인생샷’을 위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행위가 잇따르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제주시 도두동의 무지개해안도로.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는 이들 사이에서 무지개색 방호벽 위를 걷거나 뛰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는 극적인 순간을 연출하기 위해 방호벽 위에서 껑충 뛰어오르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방호벽 너머는 추락 위험성이 있는 해안으로, 자칫 균형을 잃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서귀포시의 유명 해안 명소인 외돌개 인근 절벽에서 50대 남성이 사진을 찍다가 8m 아래 갯바위로 떨어져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인 만큼 곳인 차량 통행 역시 잦지만 왕복 2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이들도 쉽게 목격된다. 방호벽 위 피사체와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차가 오가는 차도 위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한다. 안전사고 발생 우려에 경찰도 집중 단속에 나섰다.
위험을 무릅쓰고 숨은 명소를 찾는 이들도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숨은 명소’, ‘비밀 스팟’, ‘인생 사진 명소’가 유행처럼 번지고, 나만의 특색있는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다.
제주 서부 앞바다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한경면 용수리 ‘생이기정’ 해안 일대는 지난해 2월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됐다. SNS에서 제주의 숨겨진 물놀이 명소, 핫플레이스로 유명세를 타면서 많은 관광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생이기정 해안은 절벽과 연결돼 있고 인명구조장비함과 같은 안전관리시설물이 없어 사고 위험이 크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굽은 해안선과 낮은 수심으로 인해 연안구조정 접근이 쉽지 않아 빠른 조치도 어렵다.
실제 2022년 8월 물놀이를 하던 30대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나 접근이 어려워 구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아야 했다. 이같은 사고가 반복될 우려에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지난 24일에도 4명이 무단 출입해 야영을 하다가 적발했다. 지난해 8월에는 관광객 3명이 생이기정 해안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단속됐다.
31일 제주해경에 따르면 지난해 8명(2건), 올 들어 7월까지 7명(3건)이 출입통제구역인 생이기정 해안 일대를 찾았다가 적발됐다.
서귀포시 하원동의 블루홀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블루홀은 해안가 절벽 아래 갯바위 일부가 푹 꺼져 형성된 천연 풀장이다. 푸른 빛 물 웅덩이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뿜어내면서 SNS에서 숨은 물놀이 명소, 락풀, 인생 스팟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곳 역시 진입로가 가파른 절벽으로 이뤄져 추락과 익수사고의 위험성이 크다. 수심이 낮고 수중암초도 많아 사고 발생 때 구조대의 접근도 어렵다. 해경은 위험한 요소가 많은 지역임에도 숨은 명소 찾기가 이어지자 지난해 10월30일부터 이 일대를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했다.
서귀포해경은 “‘나만 아는 숨은 명소’, ‘인생사진 명소’ 등을 찾는 방문객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지난달부터 해안지역 전반을 둘러보면서 위험요소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출입통제구역을 출입할 경우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