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채소 무·양배추 등 편중
매년 가격 폭락에 농가 시름
높은 기온 적합 ‘레드치커리’
대안 소득작물로 연구 착수
기후위기와 월동채소 과잉생산의 반복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가 새로운 대안 작물 찾기에 나섰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월동채소 품목 다양화를 위해 레드치커리(사진)를 포함한 여러 작물의 제주 재배 가능성을 검토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제주는 온화한 기후로 겨울에도 채소를 재배하는 월동채소 주산지다. 하지만 재배 작물이 무, 양배추, 브로콜리 등 일부 품목에 편중돼 있어 과잉생산, 가격폭락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재배 작물의 변화도 불가피해 새로운 대안 작물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대안 작물 중 하나로 2022년부터 ‘레드치커리(라디치오)’의 제주 적응성과 적합 품종, 심는 시기 등을 연구하고 있다. 레드치커리는 붉은 잎을 가진 치커리의 한 종류로, 이탈리아가 원산지인 채소다. 최근 건강식에 대한 관심 증가로 샐러드·쌈 채소 소비가 늘고 있고, 붉은색으로 시각적 매력을 더하는 레드치커리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
도농기원은 2년간의 시험 재배 결과를 바탕으로 9월에 모종을 심고 12월에 수확하면 상품 수량이 많고 질병 발생률이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올 하반기에는 애월지역 2개 농가에서 실증 재배를 진행해 수익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
사료 작물의 한 종류인 트리티케일의 재배 연구도 한창이다.
현재 전국 사료 작물 종자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자급률이 8%에 불과하고 수입량은 매년 늘고 있다. 소의 먹이로 주로 쓰이는 트리티케일은 호밀과 밀의 교잡종이다. 쓰러짐이 적고 추위, 습기에도 강해 다른 월동작물 대비 생산성이 높고 기후변화에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제주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종자를 얻는 시기가 장마와 겹쳐 안정적인 종자 생산이 어렵다. 반면 제주는 높은 기온으로 성숙기를 다른 지역보다 앞당길 수 있어 트리티케일 종자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농기원은 제주가 트리티케일 재배 적지로 판단되면 기존 월동채소를 대체하는 새 소득작물로 농가 보급을 실시할 예정이다.
서부농업기술센터는 지난 4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열대작물인 사탕수수 실증 재배를 추진한다. 착즙용 사탕수수의 육묘기술과 최고 당도 형성시기 등을 연구하고 재배 가능성이 확인되면 희망 농업인을 대상으로 시범 재배를 할 계획이다.
사탕수수가 본격적으로 제주에서 재배되면 착즙 주스 등 관광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서부농업기술센터는 기대하고 있다.
도농기원 관계자는 “월동채소 일부 작물에 농가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려 매년 과잉생산과 가격폭락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 소득작물 발굴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