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태워요”…전남을 누비는 ‘청소년 100원 버스’

강현석 기자

광양·고흥서 첫 도입…지역 10개 지자체 ‘보편복지’ 확산

전남 순천시에 사는 중학교 2학년 A양은 학교가 끝나면 버스를 타고 학원에 간다. 시내버스는 인구 30만명인 중소도시 순천에서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중교통이다. A양은 지난해 6월부터는 청소년 교통카드로 ‘100원’을 버스 요금으로 낸다.

목포와 연륙교로 연결된 신안군 압해도 청소년들은 목포 버스를 이용할 경우 거리에 따라 1100∼1300원을 내왔다. 공영제로 운영되는 신안 군내버스는 요금을 받지 않지만 목포 버스는 혜택이 없었다. 하지만 오는 10월부터 이 버스를 이용하는 청소년들도 100원만 내면 된다.

요금으로 단돈 100원을 받는 ‘청소년 100원 버스’가 전남 지역 10개 지자체로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65세 이상 노인 등에 집중됐던 지자체 대중교통 정책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보편복지’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다. 버스 요금을 내야 하는 전남지역 초·중·고교 학생은 모두 18만3400여명에 달한다.

2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10월1일부터 전남 목포시와 신안군, 보성군이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100원 버스’ 정책을 새로 도입한다. 목포시의 경우 그동안 중·고교생 기준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1200원이었다. 보성군도 청소년들이 군내버스를 이용하려면 800원을 내야 했다.

‘청소년 100원 버스’는 거리에 상관없이 청소년 교통카드로 100원만 결제하면 해당 지역 시내버스와 군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요금 차액은 지자체가 버스업체에 추후 정산해준다.

100원 버스는 2019년 광양시와 고흥군이 처음 도입했다. 2018년 6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100원 요금제’를 도입한 광양시는 2019년 1월1일부터 중·고등학생까지 확대했다. 고흥군도 같은 해 “학생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버스 요금을 100원으로 낮췄다.

순천시는 2021년 6월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100원 버스를 도입했다. 여수시와 영암군은 올해 1월1일부터 초·중·고교 학생의 버스 요금을 100원으로 통일해서 받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진도군과 무안군이 만 18세 이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00원 버스 정책을 도입했다.

청소년 100원 버스는 이처럼 도입 3년 만에 전남지역 22개 시·군 중 10곳으로 확대될 정도로 ‘청소년을 위한 보편복지’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주인철 목포청소년수련원장은 “‘100원 버스’는 청소년들의 보편적 복지로 접근해야 하며, 당연히 전남지역 모든 시·군으로 확대돼야 한다”면서 “이제는 정치인들도 청소년을 성인과 동등한 ‘시민’으로 바라보고 복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100원 버스가 전남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지도 관심이다. 광주광역시의회에서는 지난해 11월 ‘아동·청소년의 시내버스 요금 무료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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