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 2.5g 김의 반전…농수산물 수출 1위로 ‘K푸드’ 대표주자 등극

강현석 기자

김 수출만으로 연간 1억 달러 기업도 등장

미국에선 간식용으로 인기

전남의 한 김 양식장에서 어민이 김을 수확하고 있다. 전남은 전 세계에서 김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 김은 국내 농수산물 수출 품목 1위다. 전남도 제공.

전남의 한 김 양식장에서 어민이 김을 수확하고 있다. 전남은 전 세계에서 김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 김은 국내 농수산물 수출 품목 1위다. 전남도 제공.

A4 크기 종이보다 약간 작은 마른김 한 장의 무게는 2.5g 정도다. 서구인들은 이런 김을 먹을 수 없는 ‘블랙 페이퍼(Black Paper·검은 종이)’라고도 불렀다. 한국과 일본 등에서는 밥과 함께 먹는 익숙한 식품이지만 해조류를 잘 섭취하지 않는 서구인들에게 김은 ‘미지의 음식’ 이었다.

하지만 김은 본격적인 해외 수출 10여 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K푸드’ 대표주자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김 수출액은 지난해부터 한국산 농·수산물 수출품목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김 주산지인 전남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억 달러(약 1300억원) 어치를 수출한 기업도 나왔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8일 “‘(주)신안천사김’ 이 올해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해 무역의 날 수출 기념탑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2013년부터 전남에서 생산된 김을 가공, 수출을 시작했다. 올해 생산량은 1800t에 이른다. 국내에서 김 수출로 1억 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이 업체가 처음이다.

신안천사김이 생산하는 조미김의 80%는 500여 곳의 코스트코 매장을 통해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김이 밥에 곁들여 먹는 ‘반찬’ 이지만 미국에서는 ‘스낵’ 처럼 소비된다.

미국 판매 김은 현지인 식습관에 맞춰 생산된다. 마른김에 각종 양념을 해 가공하는데 국내 조미김보다 더 바싹하게 굽는다. 간식으로 섭취하는 점을 고려, 소금간은 30% 정도 낮췄다. 양은 더 많다. 마른김 1장을 9등분으로 잘라 36매로 포장된다.

손진우 신안천사김 과장은 “한국에서는 김을 밥에 싸 먹지만 미국 사람들을 스낵처럼 그냥 먹는다”면서 “‘블랙 페이퍼’라는 인식은 불식됐고 건강식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에 있는 김 가공업체 신안천사김에서 수출용 조미김을 생산하고 있다. 이 업체는 올해 김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에 있는 김 가공업체 신안천사김에서 수출용 조미김을 생산하고 있다. 이 업체는 올해 김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신안군 제공.

칼로리가 낮은 김은 영양면에서 우수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연구를 보면 김은 섬유질을 배추보다 10배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항산화에 도움을 주는 베타카로틴은 당근의 3배, 철분은 돼지고기의 9배, 칼슘은 우유보다 3배 더 많다. 단백질 40%를 함유하고 있고 필수 아미노산 8가지도 모두 가지고 있다.

‘슈퍼푸드’로 인식된 김은 한류 열풍으로 조미김에 이어 ‘김밥용’ 수요까지 늘며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김 수출액은 2015년 3억545만 달러에서 지난해 6억9288만 달러로 급증했다. 국내 ‘농·수산물 수출 1위’ 자리는 김이 차지하고 있다. 50여 년 간 부동의 수산물수출 1위였던 참치(5억7920만 달러)도 제쳤다. 김이 수출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캐나다, 태국, 호주, 대만 등 114개국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전남이다. 전남의 물김과 마른김은 전국 생산량의 78%, 전 세계 생산량의 49%를 차지한다. 전남도는 ‘전남 김 세계화 전략’을 수립하고 2024년까지 김 수출액 3억 달러에 도전하고 있다.

김현미 전남도 수산유통가공과장은 “김은 국내 연안에서 생산해 가공·유통까지 모두 이뤄지는 구조여서 수익성이 높다”면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고품질 김을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부터 가공, 수출까지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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