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정부로부터 국제행사 승인을 받아 추진하는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차질을 빚게 됐다. 여소야대인 시의회에서 행사 준비에 필요한 추가경정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11일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제91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세종시가 제출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12개 사업 24억7943만원이 최종 삭감됐다. 의회에서 삭감한 예산 중 가장 큰 부분은 전액 삭감된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조직위원회 출연금 14억5200만원과 세종 빛 축제 개최와 관련한 문화관광재단 출연금 6억원이다. 모두 국민의힘 소속인 최민호 세종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예산이다.
세종시는 2026년 4∼5월 45일간의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이 행사는 올해 정부로부터 국제행사 승인을 받아 내년 정부 예산안에 국비 지원 예산 77억원이 반영됐다. 세종시는 추경예산이 편성되면 이달 중 박람회 조직위원회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회의 제동으로 행사 준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세종시의회는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 자체에 회의적이다. 앞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박람회가 국제 공인을 받지 못했고 비슷한 시기 열리는 충남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 2028년 열리는 울산국제정원박람회와 비교해 차별적 우위를 갖지 못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예결특위는 시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행사성 예산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예산 삭감 이유로 들었다. 세종시의회는 전체 20석 중 민주당이 13석, 국민의힘이 7석을 차지하고 있다. 예결특위 위원도 10명 중 6명이 민주당이다.
최민호 시장은 공약 사업인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 등을 살리기 위해 의회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임을 설명하며 협조를 요청했으나 끝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미 국제행사 승인과 정부 예산안에 국비 지원이 반영된 정원도시박람회 관련 예산을 의회가 전액 삭감하는 초유의 사태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전국 유일의 여소야대 정치 구도라 하지만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면 통하리라는 진심에도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원관광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박람회를 준비해 왔으나 예산 삭감으로 개최가 무산되면 경제·관광 활성화 기회 상실과 대외적인 신뢰 손상이 불가피하다”며 “조속한 시일 내 예산을 다시 요청할 것이며 재차 거부당하면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세종에서는 당분간 여야간 정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세종시당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시장의 핵심 공약사업을 고의적으로 무산시키기 위해 예산을 삭감한 것”이라며 “시민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당리당략에 의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반면 의회 예결특위 위원인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예산심의 과정은 각 의원의 철학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에도 특정 정당의 당론으로 왜곡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