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인 가구 ‘청년’이 41%로 최다…“분양은 꿈도 못 꿔요”

작년 4000여가구 조사

전체 가구 중 33% ‘1인 가구’
절반 이상이 주택정책 ‘불만’
청년 51% ‘보증금 있는 월세’

중장년·노인, 혼자 사는 이유
대부분 배우자와 별거·사별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이영씨(34)는 2019년 말부터 직장과 가까운 논현역 인근에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35만원의 ‘보증금 있는 월세’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다. 이씨는 “급매물로 나왔을 때 운 좋게 계약을 했지만 늘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취업 후 10년째 1인 가구인 이씨가 가장 원하는 지원은 ‘주거지원’이다.

이씨는 “대학생 때부터 15년 가까이 청약저축을 들었는데 1인 가구라는 이유로 분양은 꿈도 꿀 수 없고 심지어 내 월급으로 서울 집값은 감당조차 할 수가 없다”며 “청년주택이나 장기임대주택 지원은 한시적인 대책에 불과한데 정부는 우리에게 자꾸 청년주택 같은 곳에서 장기임대로 살라고 한다. 청년주택에 사는 동안 열심히 돈 벌어 내 집을 마련하라는 말이 나 같은 ‘흙수저’에게는 얼마나 잔인하게 들리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매달 아껴서 꼬박 100만원씩 모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겠지만 그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지 않나”라고 했다.

서울시가 29일 발표한 ‘2020년 서울시 복지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서울시 전체 가구 10곳 중 3곳이 1인 가구다.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3%, 2인 가구 25.8%, 3인 가구 20.6%, 4인 가구는 19.2%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동안 서울 시내 4000여가구(가구원 9472명)를 대상으로 방문면접 조사 등을 통해 진행됐다. 조사결과 1인 가구 연령대는 청년세대가 전체의 41.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만 65세 이상 노인 1인 가구는 22.6%였으며, 만 50~64세 중장년 1인 가구는 16.2%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중장년과 노인세대가 혼자 사는 이유는 각각 68.5%, 80.3%로 대부분 배우자와의 이별·별거·사별이 주원인이었다. 반면 청년 1인 가구는 81.5%가 직장, 학교와의 거리 때문에 서울에서 혼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의 58.3%는 ‘혼자 살아가는 삶’ 자체에는 상대적으로 만족하지만 4인 가구 기준 각종 주택정책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 1인 가구의 주거지원 욕구는 57.3%로 가장 높았으며, 중장년가구는 44.5%, 노인가구 40.2%로 전 연령대에서 안정적 주거생활에 대한 욕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씨의 사례처럼 ‘내 집 마련’을 원하는 1인 가구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 청년 1인 가구의 30%는 역세권 청년주택 및 청년월세지원제도를 알고 있지만 이용하는 비율은 각각 2.9%, 3.8%에 불과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각종 청년주택지원사업이 청년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한편 1인 이상 전체 청년가구의 주거 점유형태는 ‘보증금 있는 월세’가 51.8%로 가장 높았다. 20대 가구 10명 중 6명이 보증금이 있는 월세집에 살며(60.8%), 30대에서는 54.9%가 전세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자기 집을 갖고 있는 청년가구는 단 4.3%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결과를 ‘1인 가구 특별대책추진단’의 주요정책 결정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