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25]“느려도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 성동구 디지털 소외계층 위한 ‘키오스크’ 도입

“화면이 어두워서 잘 알아보기도 힘들고, 뒤에 줄이 생기면 신경도 쓰여서 아무래도 편하게 키오스크(무인판매기)를 사용하기가 어려웠죠. 느려도 괜찮다고 하니까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것 같네요.”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점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성동구가 키오스크 사용에 익숙치 않은 이들을 위해 마련한 ‘느린 키오스크’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기존에 키오스크를 사용할 때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날 성당 교우들과 함께 극장을 찾은 신모씨(75)는 “키오스크를 잘 사용하는 사람과 함께가 아니면 사용할 엄두도 못 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극장이나 마트 등이 조금 더 키오스크 사용에 익숙치 않은 이들을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점을 찾은 신모씨가 성동구에서 설치한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김기범기자

서울 성동구 대형마트와 극장, 패스트푸드점 등에 키오스크(무인단말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느린 키오스크’가 마련됐다.

성동구는 왕십리 이마트와 CGV, 메가박스 성수, 왕십리역 롯데리아 등 4곳에 디지털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한‘느린 키오스크’ 코너를 시범 설치했다고 3일 밝혔다.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형마트,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 천천히 시간을 두고 사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 4개소를 마련한 것이다.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점에 설치된 ‘느린 키오스크’. 성동구 제공.

구는 느린 키오스크 코너 옆에 디지털 소외계층을 배려한다는 안내판을 게시하고 배려를 위한 거리 두기 대기선도 만들어 놓았다. 어르신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키오스크를 사용할 때 바로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한 심리적 부담 없이 천천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느린 키오스크는 성동구가 지난 5월 진행한 제3회 생활밀착청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한 주민이 제안한 내용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 이용 방식이 비대면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물건 구매부터 영화 예매, 음식 주문까지 키오스크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어르신들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성동구 시책추진과 홍성복 생활밀착정책팀장은 “아이디어를 제안한 박모씨가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하다 다른 사람들이 줄을 서자 당황해서 그냥 가시는 걸 보고서 어르신들을 배려하는 캠페인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