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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범죄지도' 첫 공개···강서·구로 '살인·폭력', 강남·서초 '강도·마약' 많다

김기범 기자
범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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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살인·폭력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곳은 서남권의 강서·영등포·구로구 등이며 강도·마약·도박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곳은 강남·서초구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 시내 행정동 424개 가운데 절반가량은 상대적으로 범죄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범죄학과 등 연구진은 지난 4월 대한범죄학회 학술지 ‘한국범죄학’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서울의 행정동별 범죄 수준을 분석한 ‘서울시 행정동 수준의 범죄 분포에 대한 탐색적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주로 광역지자체별, 또는 서울 자치구별 강력범죄 빈도 등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행정동 단위에서 살인, 강도 등 주요 범죄 8가지의 발생 수준이 공개된 것은 이 논문이 처음이다. 통계청이 제공하는 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에서도 광역 지자체별 범죄 현황만을 공개하고 있다.

■ 행정동 단위 주요 범죄 분석은 이번 연구가 처음

연구진은 행정안전부의 생활안전지도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치안사고 통계를 가공해 행정동별로 범죄 수준을 각각 1~5등급으로 구분한 지도를 만들고, 지역별로 어떤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서울시의 범죄 분포를 시군구보다 작은 단위인 행정동 수준에서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논문에 따르면 2016~2019년 사이 서울의 행정동 가운데 분석 대상이 된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폭력, 절도, 마약, 도박 등 8개 범죄 전체의 발생등급이 1등급인, 즉 범죄가 가장 적게 일어나는 지역으로 분류된 곳의 비율은 5.9%이었다. 2등급인 지역은 18.4%, 3등급은 26.2%, 4등급은 25.5%, 5등급은 24.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행정동 중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9.6%가량이 상대적으로 범죄로부터 위험한 지역인 4, 5등급에 해당하는 것이다.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폭력 등 강력범죄 가운데 발생등급이 4~5등급, 즉 범죄로부터 위험한 지역의 비율이 가장 높은 범죄는 성폭력(53.3%)이었다. 서울 전체 행정동의 절반 이상이 성폭력이 빈번히 발생하는 지역으로 분류된 것이다. 이어 방화(39.9%), 강도(31.6%), 살인(24.1%), 폭력(16.0%) 등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범죄에 해당하는 절도의 경우 1등급이 31.1%, 2등급이 30.9%로 전체 행정동의 3분의 2 가까운 지역이 상대적으로 절도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논문에 따르면 강력범죄 중 살인의 경우 서울 중심부보다는 서울 서남권을 포함한 외곽에 4~5등급에 해당하는 지역이 집중적으로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의 발생 수준이 4~5등급인 행정동의 비율은 서남권에서 가장 높았고, 특히 강서구와 영등포구 일부, 구로구 일부에 5등급에 해당하는 행정동이 밀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도범죄의 경우 4~5등급인 행정동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동남권으로 이 권역 내 행정동의 43.6%가량에서 상대적으로 강도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도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곳은 동북권의 노원·중랑구 일부, 동남권의 강남·서초·송파구 일부, 서남권의 관악·구로구 일부에 집중적으로 밀집돼 있었다.

성폭력의 경우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서울 전반에 걸쳐 4~5등급에 해당하는 지역이 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범죄의 경우 4~5등급에 해당하는 행정동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남권(27.4%)이었다.

논문에는 또 살인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강서·영등포·동작구 일부에 집중돼 있었고, 강도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강남·서초·강동·관악·구로구 일부에 집중돼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마약과 도박은 강남·서초구 일부에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 집중돼 있었다.

방화범죄는 서남권의 강서·구로·관악구 일부와 동남권의 송파구 일부에 밀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다른 강력범죄와는 달리 도심권의 종로구와 동북권의 성북구 일부에 밀집되어 있었다. 절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의 경우 도심권의 종로구 일부와 강서·양천·관악구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서초·강남구 일부와 강북·성북구 북부에도 밀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유흥업소·주류판매업소 밀도도 범죄 발생에 영향”

연구진은 서울 서남권 아래쪽의 양재2동, 내곡동, 일원본동, 수서동, 세곡동의 경우 마약범죄와 도박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가 적게 발생하는 지역으로 나타난 반면 서남권 위쪽의 서초4동, 반포1동, 반포3동, 반포4동, 논현1동, 논현2동, 역삼1동은 살인과 방화를 제외한 모든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범죄 분포에 대해 연구진은 범죄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특징 가운데 하나인 유흥업소의 수, 주류판매업소의 밀도의 분포와 상당히 유사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생활안전지도 사이트를 통해 재난과 치안 등 6가지 분야의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 사이트에선 원하는 경찰 지구대 주변의 범죄수준을 볼 수 있지만 이 논문에서처럼 행정동에 따른 범죄수준을 한눈에 볼 수는 없다.

행안부에 따르면 생활안전지도상의 범죄 등급 산정에는 행정동의 인구 데이터는 적용되지 않았으며 지도상에 특정 수치의 등급을 표현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내츄럴브레이크(natural break) 방식이 사용됐다. 행안부는 경찰청 요청에 따라 생활안전지도에 범죄 발생정보의 원데이터가 아니라 가공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가 다발하는 곳은 비공개 대상인 정보이기 때문에 원데이터가 아닌 도로를 기준으로 가공된 색깔별 밀도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대 연구진의 논문 내용은 이 데이터를 행정동별로 재가공한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행안부 정보를 가공해 파출소.지구대 단위로 제공되어 있는 것을 행정동 수준의 자료로 변환하고,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해 서울에서 발생한 8가지 범죄의 공간적 패턴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범죄통계를 수집, 관리하는 경찰과 검찰은 지역별 범죄 수준을 공개할 때 광역시도 수준에서 공개하거나 제한적인 범위의 시군구에 대한 범죄 자료만 공개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지역별 범죄 분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는 어려우며, 광역 단위의 범죄 자료를 분석해 범죄 원인을 파악하거나 정책적 제안을 도출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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