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효과' 정말 존재할까?

‘스타벅스 효과.’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주변 지역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의미다. 전철역이나 랜드마크 등이 새로 들어서면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것처럼 스타벅스가 들어오면 인근 상점의 매출이 증가하고, 건물 임대료도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낸다는 속설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 속설이 널리 받아들여지다보니 스타벅스와 가까운 권역을 의미하는 스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하지만 스타벅스 효과나 스세권이라는 말에 담긴 통념과는 달리 실제 스타벅스 효과는 분명치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타벅스가 들어가서 상권이 활성화된 것이 아니라 이미 가치가 뛰어난 상권에 스타벅스가 선별적으로 입점한 것이라는 얘기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연구진은 지난해 3월 국토지리학회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스타벅스 입지의 공간적 효과에 관한 연구 -2016년 개점된 서울시내 점포를 대상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서울 명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 연합뉴스.

22일 이 논문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입지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2016년 서울에서 개점한 스타벅스 매장의 입점 전 1년과 입점 후 1년 간의 변화를 공시지가, 유동인구, 동종업종, 이종업종 등의 변수를 통해 살펴본 결과 뚜렷한 효과가 없거나 변화가 있더라도 사회 전반적인 효과나 상권효과인 것으로 추론돼 스타벅스의 입지효과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건물과 주변 지역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스타벅스 효과’를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가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돈 되는 자리에 스타벅스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가 들어가면 돈이 된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스타벅스 효과’라는 표현은 미국부동산 정보사이트 질로우(Zillow)의 2015년 조사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해당 조사에는 1997년부터 2013년까지의 주택 가격을 조사한 결과 스타벅스로부터 4분의 1 마일(1마일은 약 1.609㎞) 이내에 위치한 주택가격은 96% 상승한 반면 스타벅스가 없는 지역은 65% 상승하는 데 그쳤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2019년 2월 현재 서울시 스타벅스 매장 입지 현황. 출처 : 국토지리학회지, 한양대 도시공학과.

연구진은 “그러나 스타벅스 효과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불확실하다”며 “스타벅스가 입점함으로써 건물과 주변 지역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인지, 아니면 애당초 스타벅스가 구매력과 소비력이 좋은 곳의 중심지에 입점해 해당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어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그 파급 효과로 주변 지역의 가치가 뛸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는 허상일 뿐 실제로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며 “스타벅스가 입점하는 곳은 애초에 입지가 좋은 지역이거나 잠재력이 뛰어난 곳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스타벅스 효과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2019년 2월 기준 서울시내 스타벅스 매장 488개 중 2016년에 개점한 매당 50곳을 대상으로 공시지가, 유동인구 등을 분석했다. 2016년을 기준연도로 삼은 이유는 스타벅스 개점이 2017년과 2014년 다음으로 많이 이뤄진 해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2017년은 “스타벅스가 지속적으로 많은 수의 매장을 내고 있어 스타벅스 밀도가 상당히 높아짐으로써 이웃 스타벅스의 간섭효과가 증가하므로 입지의 개별적인 효과를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2014년의 경우 스타벅스 효과 분석의 주요한 변수인 유동인구 자료를 얻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스타벅스 연도별 인허가 매장 수. 출처 : 국토지리학회지, 한양대 도시공학과.

연구진은 서울에서 2016년에 개업한 50개의 스타벅스 매장을 기준으로 스타벅스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개점 전, 후 1년간의 데이터를 비교했다. 공시지가는 공시지가가 발표되는 2016년 1월과 2018년 1월을 기준으로 자료를 조사했다. 유동인구는 서울시 빅데이터 캠퍼스에서 제공하는 KT유동인구자료를 토대로 2016년 1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의 자료를 이용했다. 동종업종인 커피전문점에 대해서는 2015년 말과 2017년 말을 기준으로 커피 프랜차이즈와 개인 사업장으로 구분해 비교를 진행했다.

논문에 따르면 분석 대상으로 삼은 스타벅스 50곳의 2016년과 2017년의 공시지가 평균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공시지가에 있어서는 스타벅스 효과가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추론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유동인구의 경우 스타벅스 매장의 개점으로 인한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이는 스타벅스의 효과라기보다는 사회적 추이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가 위치한 상권뿐 아니라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히는 다른 지역들에서도 비슷하게 유동인구가 증가했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여의도 IFC몰, 명동 우리은행, 강남역 11번 출구 앞 등 3곳의 유동인구 변화와 이들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의 유동인구 변화를 비교한 결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유동인구의 증가가 순수한 스타벅스 효과가 아니라 상업활동이 활발한 상권의 중심지라는 입지적 특성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증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타벅스 효과의 존재는 불확실하다는 추론을 도출하였다”고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또 스타벅스 외의 다른 커피프랜차이즈 매장들에서도 스타벅스 입점에 따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커피 개인사업장의 경우 스타벅스 입점 후 점포 수가 늘어나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분석 결과 스타벅스로부터 거리가 증가할수록 동종업종의 증가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동종업종의 증가가 스타벅스 효과가 아니라 단순히 ‘커피전문점’이라는 업종이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이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용실이나 편의점 등 연구진이 이종보완업종으로 분류한 매장들은 스타벅스 입점 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업종 역시 동종업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증가율이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종보완업종의 경우도 동종업종과 마찬가지로 자영업(미용실, 편의점)의 전체적인 증가 추세를 반영하는 것일 뿐 스타벅스 효과로 인한 결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연구진은 스타벅스 개장 전후 유동인구나 주변의 커피 개인사업장, 미용실과 편의점 등에서 일부 차이가 나타나긴 했지만 스타벅스의 입지효과일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사회 전반적인 효과나 상권 효과인 것으로 추론된다고 설명했다. 공시지가, 커피프랜차이즈 등에서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지점 수 역시 스타벅스 입점 전후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스타벅스가 입점함으로써 주변 지역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지역 상권의 가치가 뛰어난 곳에 선별적으로 스타벅스가 입점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어 “스타벅스는 스타벅스의 입지와 무관하게 상권이 활성화 되어있는 곳이나 상권의 가치가 올라갈 만한 곳에 진입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스타벅스가 입점함으로 인해 그 상권이 더 발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