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구 주민복지 예산도 일방적 삭감”

류인하 기자

서초 제외 24개 구청장들 “구체적 근거 없이 노인복지관 등 각종 예산 축소 통보”…오세훈 시정철학에 우려 표명

“서울시가 시민단체 ATM기로 전락했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 이후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25개 자치구에서 시행하는 각종 복지행정 및 주민자치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누려온 각종 복지서비스를 비롯해 지역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복지관 운영 축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치구가 지역 주민들과 함께해온 지역사회 사업들마저 예산 삭감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 24개 구청장은 4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개 구청장은 서울시의 시정철학, 오세훈 시장의 시정철학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현재 서울시의 행태는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밝혔다.

구청장협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내년도 자치구 예산 편성과정에서 총 2200억원 삭감을 통보했다. 이 중 복지예산(1300억원)은 대부분 삭감을 철회했으나 나머지 민주주의 예산 900억원은 삭감됐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복지예산 관련 협상과정에서 서울시는 별도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노인종합복지관 예산 10% 삭감, 장애인복지관 예산 5% 삭감 등 3대 종합복지관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면서 “자치구가 문제제기를 하니 슬며시 복구하는 것 자체가 뚜렷한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삭감을 통보했다는 근거”라고 지적했다. 오 구청장은 또 “저소득층 무료급식, 노인 무료급식 등 무료급식 예산을 비롯해 어린이 치과주치의사업, 청년거버넌스사업, 청년공간(오랑) 등 서울시가 권해서 자치구가 조성한 공간들에 대해서도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가 밝혔다”고 말했다.

강남지역 모 사회복지관 직원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구에서 운영하는 구립노인복지관 등 종합사회복지관을 전부 자치구 예산으로 운영하라는 지침이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서울시가 일괄 삭감 통보를 한 각 항목들에 대한 구체적 삭감 사유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성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의장(구로구청장)은 “모든 지자체 사업은 30~70%까지 서울시와 자치구 간 분담비율이 있는데 (오 시장 취임 후) 서울시 분담비율을 대폭 낮추겠다는 시그널이 사업과별로 개별적으로 통보가 왔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서울시가 보조금 삭감 통보를 한 자치구 사업은 28개에 달한다. 이 중에는 산모·신생아 지원사업, 다문화지원센터 운영비 등도 포함됐다.

이 의장은 “예산이 삭감된 대상 사업들의 구성원들은 오 시장이 지적하는 소위 특정 시민단체 소속 사람들이 아니라 대부분 아파트 주민이고, 동네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자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라며 “이 사람들이 환경운동도 하고, 함께 고추장·된장도 만들고, 마을축제도 열면서 지난 10년간 마을 생태계가 살아났던 것인데 지금 이 예산들이 전부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예산 조정은 성과 미흡, 전문성 부족, 잘못된 예산집행 관행 등 문제가 드러난 사업들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이를 두고 권위주의 회귀이자 민주주의 후퇴라고 하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이어 서울시 바로세우기 사업들은 법적 근거없이 인건비·운영비를 자치구를 통해 특정 중간지원조직 등 민간단체에 지원해온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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