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예술을 입다…예술, 일상을 품다

글·사진 강은 기자

지역예술가·소상공인 잇는 서울시 ‘아트테리어’ 성과

골목, 예술을 입다…예술, 일상을 품다
<b>오래된 집이네? ▶ 예쁜 카페구나!</b> 서울 은평구 응암동 카페 다르크는 개업 당시에 영문으로 된 CAFE D’ARC 간판만 있었으나(위 사진) ‘우리동네 가게 아트테리어’ 사업에 참여한 지역예술가 박슬기씨가 아크릴 스프레이로 한글 이름을 새기고 벽화를 그리면서 활성화됐다.

오래된 집이네? ▶ 예쁜 카페구나! 서울 은평구 응암동 카페 다르크는 개업 당시에 영문으로 된 CAFE D’ARC 간판만 있었으나(위 사진) ‘우리동네 가게 아트테리어’ 사업에 참여한 지역예술가 박슬기씨가 아크릴 스프레이로 한글 이름을 새기고 벽화를 그리면서 활성화됐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새절역 1번 출구에서 약 300m를 걸어 불광천 다리를 건너면 주택을 개조해 만든 하얀 카페가 나온다. 겉보기와 달리 지은 지 40년 된 구옥이다. 불광천을 따라 줄지은 건물들 중 가장 오래됐다. 3년 전 이곳에 카페를 연 이슬기씨(36)는 카페 이름을 ‘다르크’라고 지었다.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영웅 잔 다르크 이름에서 따왔다. 간판에는 알파벳 철자 ‘D’ARC’를 그대로 넣었는데 발음을 따로 표기할 생각까진 하지 못했다. 이씨는 16일 “오픈 당시엔 간판만 보고선 여기가 카페인지 모르고 지나가는 분들이 많아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2020년 겨울, 이씨가 동명의 지역예술가 박슬기씨(29)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박씨는 은평구 ‘우리동네가게 아트테리어’ 사업에 참여해 낡은 점포의 디자인을 개선해주는 프리랜서였다. “깔끔하긴 했는데 벽이 하얗게 비어보이더라고요.” 박씨는 건물 현관 외벽에 검정 아크릴 스프레이로 ‘카페 다르크’ 다섯 글자를 새겼다. 현관을 지나 카페 입구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 동물 벽화도 그려 넣었다. 투구에 꽃이 핀 모양의 로고를 단순화해 네온사인으로도 만들었다.

‘아트테리어’는 아트(art)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지역예술가가 가게 주인과 소통하며 점포 안팎 디자인을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서울시 프로젝트다.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지역예술가를 지원해 상생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은평구를 비롯해 23개 자치구에 60억8900만원 예산을 투입해 총 2000개 넘는 가게와 800명(중복참여 포함)에 달하는 예술가를 지원했다. 재료비·시공비 등은 점포당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된다. 은평구는 2020년 카페 다르크를 포함한 불광천 일대 40개 점포를 시작으로 사업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7500만원 구비를 보태 지원 점포 수를 60개로 늘리는 등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아트테리어 사업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르크’ 주인 이씨도 2019년 1월 야심차게 카페를 열었지만, 이듬해 코로나가 터지면서 매출은 10분의 1까지 줄었다. 당장 손님 발길이 뜸해진 것도 문제였지만, 일대 분위기가 죽은 것처럼 가라앉은 게 더 큰 문제였다. “망한 카페처럼 보일까봐 걱정이었다”는 이씨는 “아트테리어 사업을 만나면서 활력이 돌았다. 지나가던 분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들어오기도 하고 벽화 이야기를 하면서 손님과 소통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역예술가와 소상공인을 이어주는 아트테리어 사업은 아이디어 회의부터 작업물 제작까지 대개 3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대면과 온라인으로 수십 차례 소통하다 보니 지역예술가와 소상공인의 관계도 돈독해진다. 세부계획 수립 및 지원을 돕는 보조사업자로 참여한 황진규 이로운디자인협동조합 대표는 “작업이 끝나고 손을 붙잡고 울먹이며 감동하는 가게 주인들도 있다”며 “사는 곳 인근에 아는 가게가 많아지고 사장님들이랑 친해지면서 네트워크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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