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 ‘무장애숲길’ 공사, 주민·환경단체 반발로 제동

김기범 기자

“벌목에 생태계 훼손·과도한 덱” 지적에 마포구 “대화 재개”

서울 마포구가 추진했던 성미산 일대 ‘무장애숲길’ 조성 공사가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16일 중단됐다.

서울환경연합과 ‘성미산을 사랑하는 주민모임’은 이날 마포구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마포구가 (오늘) 0시30분쯤 민관협의체 채팅방을 통해 공사 일시 중단과 대화 재개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마포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도 이날 “일단 공사를 중지하고, 주민들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구는 오는 4월 준공을 목표로 길이 770m, 폭 1.2~1.8m 덱 산책로를 성미산 내에 조성할 계획이라고 지난 7일 밝힌 바 있다. 지난 14일부터 벌목 작업이 진행됐다.

무장애숲길은 서울시가 서울 근교 산에 경사율이 낮은 덱 산책로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2011년부터 이 사업을 통해 서울 시내 39곳에 총 77.7㎞의 무장애숲길이 조성됐다.

그러나 서울환경연합과 ‘성미산을 사랑하는 주민모임’은 마포구의 성미산 무장애숲길 조성에 대해 “숲의 공익적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명목으로 도시숲을 파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덱 설치 과정에서 이뤄지는 벌목으로 인한 생태계 훼손이 크고, 높이 66m에 전체 면적이 10만3000㎡ 정도인 성미산 규모에 비해 덱 길이가 지나치게 길다는 이유다.

이들은 공사 중단과 대화를 요구하는 서명에 주민 1400여명과 시민단체 27곳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성미산은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와 멸종위기종인 새호리기 등 40여종의 조류 등 다양한 야생생물들이 살아가는 곳이자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 역할을 하는 도시숲이다. 마포구는 성미산 면적의 약 70%가 아까시나무로 구성돼 있어 향후 무장애숲을 조성하면서 참나무·산벚나무 등 교목 550여그루와 국수나무·덜꿩나무 등 관목 1만4000여그루를 심어 생태적 다양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환경연합은 기자회견에서 민관협의체 합의 이전에는 공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과 기존 정비사업 계획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생태환경조사를 실시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마포구는 “앞으로 주민들과 협의하면서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산은 단순히 공원으로 이용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고, 인간만을 위한 곳도 아니다”라며 “숲의 공익적 기능을 확대하고 싶다면 산림생태계를 잘 보전해야 하며, 접근성을 확대하고 싶다면 생활권 도시숲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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