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제외한 ‘임산부 교통비’ 지원 사업…서울시 ‘차별 행정’ 논란읽음

강은 기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차별금지법제정연대·민주노총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시청 앞에서  이주여성 배제하는 임산부 교통비 지원사업! 서울시 이주여성 차별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차별금지법제정연대·민주노총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시청 앞에서 이주여성 배제하는 임산부 교통비 지원사업! 서울시 이주여성 차별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한국인 남성과 3년 전 결혼해 서울 중랑구에 사는 중국인 A씨는 임신 8개월차의 직장인이다. 만삭의 몸으로 매일 왕복 1시간30분 가량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그는 서울시가 임산부에게 교통비 70만원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달 초 동주민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이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외국인은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A씨는 “매일 열심히 일하면서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데 왜 지원금은 받지 못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지자체) 지원사업을 처음 신청하는 것이라 떨리는 마음으로 동주민센터로 달려갔는데 ‘외국인이라 안 된다’는 말을 들으니 창피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교통약자인 임산부의 안정적인 출산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추진한 ‘임산부 교통비 지원’ 대상에서 외국인은 제외해 ‘차별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20여 개 국내 이주인권단체는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재난지원금에 이어 출산과 양육 정책에서도 국적에 따른 차별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차별금지법제정연대·민주노총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시청 앞에서  이주여성 배제하는 임산부 교통비 지원사업! 서울시 이주여성 차별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차별금지법제정연대·민주노총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시청 앞에서 이주여성 배제하는 임산부 교통비 지원사업! 서울시 이주여성 차별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서울시는 지난 4월 서울에 거주하는 모든 임산부에게 이달부터 교통비를 7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임산부의 이동 편의를 높이고 출산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였다. 지원금은 지하철과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뿐 아니라 자동차 유류비로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지원대상을 “6개월 이상 계속해서 서울시에 주민등록을 둔 임산부이지만, 여기에 외국인은 제외한다”고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서울시는 조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개정된 ‘출산 및 양육지원에 관한 조례’는 지원 대상을 ‘6개월 이상 계속해 서울시 관할구역 내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임산부’로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은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아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서울시가 조례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변호사는 “주민등록 조건은 일정 기간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조치”라면서 “외국인들은 출입국관리법과 재외동포법 등에 의해 주소를 등록하고 ‘주민 등록표’ 상에도 세대원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거주를 입증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또 “외국 사례를 보면 지자체에서 국적을 따져 공적 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이는 명백히 차별적인 조례”라고 비판했다. 2020년 서울 금천구에서도 교복 지원금 지급 대상을 ‘금천구에 주민등록을 둔 자’로 규정했다가 외국 학생을 배제한다는 비판을 받고 조례를 개정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외국인을 차별하려 했던 것은 아니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세밀한 부분을 미처 살피지 못한 것”이라면서 “서울시의회와 협의해 9월 중 조례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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