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기관 예산 100억 삭감한 서울시의회

강은 기자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출연금

“수익 안 난다” 68억원으로

노조 “5개월치 인건비밖에”

민간 꺼리는 중증 돌봄 담당

“효율성 잣대로만 평가 안 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예산 삭감을 규탄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예산 삭감을 규탄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출연금이 시의회 담당 상임위원회에서 100억원 삭감되면서 공공돌봄 기관이 위기에 처했다. 시의회 측은 높은 인건비로 인해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를 지적하고 있지만 공공돌봄에 ‘효율성’ 잣대만 들이대는 것은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서사원 출연금을 서울시가 요구한 168억원에서 68억원으로 결정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서사원 출연금은 각각 224억원, 162억원, 189억원이었다. 노동조합 측은 “5개월치 인건비밖에 안 되는 액수”라면서 “공공돌봄 기관인 사회서비스원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2019년 서울시를 비롯한 4개 광역지자체에서 시작해 현재 17개 모든 시·도에 설립돼 있다. 공공이 돌봄서비스를 직접 제공해 종사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돌봄의 질을 끌어올린다는 취지였다. 서사원의 경우 현재 노동자 459명이 소속돼 있다.

시의회 복지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서사원의 ‘비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영옥 시의원(국민의힘·광진3)은 지난달 7일 복지위 행정사무감사에서 “요양보호사가 서비스 제공시간과 관계없이 무조건 월 225만원의 기본급을 받는다”면서 “예산 운용이 방만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일 서사원 대표이사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근로자 중 59.2%가 하루 평균 3.83시간 이하 서비스를 하고 월급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설립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평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사원 설계 작업에 참여했던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서사원이 사회에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이동시간 등도 있어서 서비스 제공시간만 노동시간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사원은 민간에서 꺼리는 돌봄 사례들을 일부 감당하고 있다. 서울시 복지정책실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사회서비스원 전체 서비스 중 민간이 꺼리는 중증 돌봄을 담당한 비율은 20%가량이다. 2019년 9.4%, 2020년 12.7%, 2021년 11.2% 등 점차 증가 추세다.

다만 장애인 활동지원이나 야간 돌봄 등의 비중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4월 서사원을 이용하던 한 중증장애인이 서비스 중단을 통보받아 논란이 됐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장은 “현재 장애인 활동지원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45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표이사가 바뀐 뒤 발전 방향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황 대표는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서사원의 병가제도·월급제 등을 지적하고 제1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측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오 지부장은 “황 대표는 서사원이 비효율적이라는 말을 쏟아내 예산 삭감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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