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 “지방재정 개혁안은 하향 평준화 잘못된 정책, 정부에 고분고분 않는 지자체 손보려는 꼼수”

최인진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 “지방재정 개혁안은 하향 평준화 잘못된 정책, 정부에 고분고분 않는 지자체 손보려는 꼼수”

15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 있는 10㎡가 채 안되는 작은 천막. 이 곳에는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힘겹게 앉아 있다. 단식농성 9일째다. 이 시장은 약간의 소금을 탄 물을 하루 1.5ℓ가량 마시며 버티고 있었다. 팔자 주름은 깊게 패여 수척한 모습이었고 기운이 없어 몸을 놀리기도 힘들어 보였다.

“단식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이 시장은 “여러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정부가 거부했다”며 “토론회 등 모든 제안이 거부된 이후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합리적 논쟁도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법을 찾았고 단식농성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방재정 개혁안은 지자체간의 재정 불평등을 완화한다는 미명아래 지방재정의 수준을 하향 평준화하는 잘못된 정책입니다.”

이 시장이 단식투쟁에 나선 이유는 정부가 성남, 수원, 용인 등 경기지역 6개 지자체의 1년 예산중 8000억 가량을 걷어 들여 다른 지자체에 나눠주는 ‘지방재정 개편안’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얼핏보면 정부가 나서 재정이 어려운 지자체를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정부에 고분 고분하지 않는 지자체의 목줄을 죄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을 돕겠다면 정부의 보조금을 늘일 일이지 불교부단체 6개 지자체의 세금을 쪼개 나눠준다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게 이 시장의 판단이다.

현재 전국 226개 기초 지자체중 220개가 정부의 보조금 없이는 운영되지 못하는 취약한 재정 상태에 놓여있다. 지자체 재정의 근본적 어려움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일 정도로 예산권이 정부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가 각종 세금을 감면하면서 지자체의 수입은 크게 감소됐다. 박근혜 정부들어서는 누리과정 무상교육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전가하는 등 각종 공약 사업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일을 반복하면서 지자체 재정난이 심각해졌다고 이 시장은 설명했다.

이 시장은 정부가 지방재정 개편안을 철회할 때까지 단식농성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정부가 이러한 잘못을 숨기고 재정난의 원인을 지자체 탓으로 전가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인 지자체들끼리 싸움을 붙이려는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며 “지방재정 개혁안은 단순히 성남시 등 몇몇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정부의 존립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 지방자치의 현실을 알았으면 한다”며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앞장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방재정 개혁안에 대한)대안을 찾을 것”이라며 이 시장에게 단식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백재현·진선미·김영호 등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민주 의원들도 이 시장을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농성장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단식 농성에 들어간 뒤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소설가 이외수, 함세웅 신부 등 하루 600~1000여명이 방문해 이 시장을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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