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상징'에서 천덕꾸러기로…서울시 "은행 냄새를 잡아라"읽음

김태희 기자
고소작업차를 활용해 은행나무 열매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 제공

고소작업차를 활용해 은행나무 열매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 제공

가로변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는 가을을 알리는 상징 중 하나다. 하지만 떨어진 은행열매에서 풍기는 악취는 행인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매년 반복되는 민원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이제 은행나무가 열매를 완전히 맺기도 전에 ‘조기 수거’에 나서고 있다. 은행나무 열매를 수거하는 방법도 전문 장비를 동원할 만큼 진화하고 있다.

■수확 열매는 중금속 검사 후 기증

서울시는 지난 15일부터 은행나무 열매 조기 채취에 들어갔다. 작업대상은 열매를 맺는 암나무 2만6981그루다. 전체 가로수 은행나무 10만6205그루의 25.4%를 차지한다.

서울시는 채취 작업을 위해 25개 자치구와 함께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편성·운영한다. 은행 열매가 떨어지기 전 미리 채취하고, 민원 접수시 신속하게 처리할 계획이다. 고소작업차 및 굴삭기 부착 진동수확기, 그물망 설치 등 다양한 장비를 투입해 효율적으로 열매를 채취하고 있다.

수확한 은행 열매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강북농수산물검사소에 중금속 검사를 실시해 안전성이 확인된 열매에 한해 경로당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증할 계획이다.

부산시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사업을 진행한다. 부산 전체 가로수 16만8000그루 중 은행나무는 3만4000그루(20.3%)다. 이중 암나무는 1만그루로 전체 은행나무 가로수 중 29.1%를 차지한다.

부산시는 집중 채취 기간(9월 중순~10월15일)을 지정해 주요 간선대로변을 중심으로 버스정류장, 지하철 출입구 주변, 횡단보도 주변, 상가 등 시민불편이 예상되는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열매를 채취한다. 부산도 채취한 은행은 중금속 검사를 마친 뒤 경로당 등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한다. 부산시는 지난해 은행나무 열매 약 1만700kg을 경로당 등 복지기관에 기증한 바 있다.

경기 이천시 역시 주요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은행나무 열매 채취에 나선다. 대구시 북구도 은행나무 2534그루를 대상으로 열매 채취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은행나무 열매에서는 왜 냄새가 날까

은행나무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열매에 있는 ‘비오볼’이라는 성분 탓이다. 은행나무 열매는 바깥쪽인 육질층과 그안의 중간층, 씨로 나눠져 있는데 육질층이 비오볼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열매가 으깨질 때 비오볼 성분이 새어나와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열매는 암나무에서만 열린다. 악취 탓에 골치를 앓아온 일부 지자체들은 가로변에 심은 은행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처음부터 수나무만 심으면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은행나무 식재 당시 지자체에서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단지 심을 당시에는 암나무였는지, 수나무였는지를 몰랐을 뿐이다.

은행나무는 외형으로는 암수 구분이 어렵다. 봄철 개화와 가을철 열매 결실로만 암수 구분이 가능하다. 문제는 은행나무의 경우 최소 15년 이상 성장해야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은행나무 식재 당시에는 은행나무의 암수를 판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암나무가 심어지게 됐다”라며 “현재는 DNA 검사를 통해 식재 전 암수를 판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나무 채취용 그물 설치 모습. 서울시 제공

은행나무 채취용 그물 설치 모습. 서울시 제공

■은행나무 터는 방법도 진화한다

은행나무에서 열매를 수거하는 방법도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고전적인 방식은 사람이 고소작업차에 올라가 긴 막대를 이용해 직접 열매를 터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는 데다 작업자들의 업무 강도도 높다. 이후 나무에 그물망을 설치하는 방법, 고소작업차에 올라선 작업자가 진동기를 이용하는 방식들이 도입됐다.

최근 지자체들이 도입한 방식은 수확기를 이용해 나무를 터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개발한 진동식 호두 수확기를 은행나무 열매 채취에 적용한 것으로, 나무에 분당 800번 진동을 줘 한번에 수확이 가능하다. 작업시간도 단축하고 작업자들의 업무부담도 덜 수 있다.

진동수확기를 이용해 은행나무를 털고 있는 모습. 서울시 제공

진동수확기를 이용해 은행나무를 털고 있는 모습. 서울시 제공

대전시에서 이 방법을 처음 도입한 뒤 부산시와 인천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일부 자치구들이 활용 중인 이 방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 이천시는 내년에 수확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확기를 도입한 자치구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걸리던 작업이 2주로 단축됐다고 한다”면서 “현장에서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어 시 차원에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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