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에 잠 못 드니…잠실역 매미, 아파트 매미보다 더 운다

류인하 기자

인공조명 탓 6배 이상 밝아

빛에 반응 말매미에겐 ‘대낮’

아파트선 오후 8시면 ‘잠잠’

도시 매미가 늦은 밤까지 우는 데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공조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보건환경연구원은 올해 7~9월 서울 아파트 단지 3곳, 상업시설, 도시공원 등 5곳의 매미 울음소리 소음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나치게 밝은 야간조명 영향으로 사람뿐 아니라 매미도 잠들지 못하고 떼로 합창하거나 더 오래 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매미에 관한 각종 연구는 이뤄졌지만 환경문제라는 관점에서의 서울시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활동기(짝짓기) 매미 울음소리는 평균 72.7데시벨(㏈)로, 자동차 소음(67.8㏈)보다 높다. 심한 경우 대화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연구원이 조사한 서울 강남구 A아파트의 경우 평상시 소음도는 47.6~53.8㏈이지만, 매미 활동기에는 55.1~70.9㏈로 소음도가 높아졌다. 활동기 소음도가 평상시보다 14.2~31.8%까지 증가하는 것이다.

연구원은 열대야와 야간조명 같은 인간활동에 따른 환경요인이 매미 울음소리 소음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도심 열섬효과의 영향을 받는 아파트단지는 열대야 기간 소음도가 비열대야 기간에 비해 8~10% 높았다. 반면 녹지가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도시공원의 소음도는 비열대야 기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빛의 자극에 반응해 활동하는 성질(주광성)이 있는 말매미나 참매미 등의 소음도는 거주지와 상업지역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주거지역인 A·B·C아파트의 매미는 오전 5시 전후로 울기 시작해 오후 8시쯤 울음을 멈추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늦은 밤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는 잠실역사거리의 소음도는 오전 9시쯤 높아져 낮 12시가량 최고 소음도를 보이고, 오후 11시가 돼야 평상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 기간 잠실역사거리의 조도는 보안등, 장식조명 등으로 58.2~411.9lx(럭스·조도의 단위)까지 환했다. 아파트 단지 가운데 가장 조명이 밝은 B아파트의 조도 11~66.5lx보다 6배 이상 밝은 셈이다.

연구원 측은 “야간 매미소음은 통상 참매미 울음소리인 경우가 많지만 잠실역사거리에서는 야간에도 대낮처럼 과도하게 밝은 인공조명 때문에 말매미 소음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신용승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향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녹지 공간 조성 및 확충 등 시민과 곤충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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