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살인계획’ 10대들 “멋있게 살고싶었다"

강현석 기자
지난 12일 광주지법에서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10대 3명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광주지법에서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10대 3명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보험설계사가 된 A군(19)은 고급 외제승용차를 몰았다. A군의 친구 B군도 별다른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역시 고급 외제차량을 타고 다녔다. 이들은 지난 9일 또 다른 친구 C군과 함께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또래 여성을 유인해 흉기로 살해하려 했다.

경찰 수사결과 이들은 지난 5월부터 2명을 더 살해하려고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 한명은 자신들과 함께 살인계획에 가담했던 여성 D씨(20)였다.

6개월 동안 세 번이나 살인계획을 세우고, 한 번은 실행까지 한 10대들의 잔혹 범죄에 대해 경찰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안타깝다”고 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외제차 할부금을 갚고 멋있게 살고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 5억원 보험가입 40일 만에 ‘살인계획’ 실행

A씨와 B씨는 지난 9일 전남 화순군 백아면의 한 펜션으로 또래 여성을 유인했다. A씨는 지난 8월 이 여성을 만나 사귀는 척 했다. 지난 8월31일에는 여성 앞으로 사망할 경우 5억원이 지급되는 보험에 가입했다.

보험금을 받게 될 수익자는 A씨 자신으로 해뒀다. 여성이 내야 할 보험료도 A씨가 납부했다. A씨는 ‘만남 50일 기념여행’을 핑계로 여성을 펜션으로 유인했다. 그리고는 “선물을 숨겨뒀으니 찾아오라”며 오후 11시 쯤 여성을 폐쇄회로(CC) TV도 없는 곳으로 유인했다.

여성이 도착한 곳에는 B씨가 흉기를 들고 미리 숨어 있었다. 그는 여성의 몸 15곳 이상을 무차별적으로 찔렀다. 다행히 이 여성은 가까스로 도망쳐 펜션으로 돌아와 다른 투숙객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범행이 끝나면 대기하고 있던 C씨가 B씨를 데리러 오기로 했지만 C씨 차량은 마침 타이어가 펑크나 운행할 수 없었다. 결국 A씨가 범행현장으로 가 B씨를 차 트렁크에 숨겨 다시 펜션으로 돌아왔다.

A씨는 이후 차를 두고 구급차로 옮겨지는 여성의 보호자로 병원까지 동행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1시간여 만에 승용차 트렁크에 숨은 B씨를 찾아냈다. 경찰은 이들 3명을 모두 붙잡아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이들은 사전에 범행 장소를 세 번이나 답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일 전남 화순의 한 펜센에서 보험금을 노린 A씨 등으로부터 살해 당할 뻔 한 여성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뒤 황급히 펜션으로 돌아오고 있다.  TV조선 보도화면 캡쳐.

지난 9일 전남 화순의 한 펜센에서 보험금을 노린 A씨 등으로부터 살해 당할 뻔 한 여성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뒤 황급히 펜션으로 돌아오고 있다. TV조선 보도화면 캡쳐.

■ 5월과 7월에도 보험금 노려 범죄 계획

경찰의 추가조사에서는 이들이 이번 사건에 앞서 잔혹한 살인을 두 번이나 더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관여한 보험 가입내역 등을 분석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지난 3월 A씨와 알고 지내던 한 20대 남성 앞으로 생명보험이 가입됐다.

사망 때 1억원이 지급되는 보험에 가입한 남성은 A씨와 공범이었던 여성 D씨와 지난 5월 혼인신고까지 마쳤다. 이들은 남성이 사망해 D씨가 보험금을 받게 되면 이를 나눠가질 계획이었다고 한다. A씨 등은 “등산을 하자”며 남성을 산으로 유인해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A씨 일당이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사실을 미리 전해들은 이 남성은 잠적한 뒤 보험도 해지했다.

첫 범행이 실패로 끝났지만 A씨 등은 ‘거액 보험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의 다음 표적이 된 사람은 다름 아님 공범 D씨 였다. 이들은 지난 7월 D씨를 등산로 절벽 사이에 설치된 구름다리 위에서 떨어뜨려 살해한 뒤 보험금을 받아 챙길 계획을 세웠다.

실제 이들은 범행 장소로 물색해 뒀던 산을 찾았지만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D씨가 등산을 포기, 범행을 실행하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 14일 D씨도 붙잡아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인을 대상으로 한 두 번의 범행이 실패로 끝나자, 이들이 아예 모르는 사람으로 범행 대상을 변경해 세 번째 범행을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시민 협조로 ‘일당 검거’, 경찰 “큰 도움”

경찰은 이번 사건의 일당을 검거하는데 시민들의 도움이 컸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9일 흉기에 찔린 채 펜션으로 돌아온 피해 여성은 두려운 나머지 주변에 숨어 도움을 요청했다. “저 좀 도와주세요”라는 목소리를 들은 투숙객들은 펜션 주변을 살피다 수로에서 피투성이가 된 여성을 발견해 구조했다.

투숙객들과 펜션 주인은 범인을 잡는데도 큰 도움을 줬다. 현장 수색을 진행한 경찰은 당시 A씨의 자동차 트렁크에 B씨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A씨가 옷을 바꿔 입은 것 같다. 자동차가 이상하니 한번 살펴보자”고 하면서 경찰이 수색을 진행해 B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은 A씨 등이 지난 1월 전남 순천과 광양에서 교통사고 보험사기로 보험금을 받아낸 이후, 보험을 이용해 거액을 챙기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하면서 10대에 불과한 이들의 생명경시 풍조가 안타까웠다”면서 “다행히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줘 피해 여성을 병원으로 빨리 이송하고 범인들도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Today`s HOT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400여년 역사 옛 덴마크 증권거래소 화재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장학금 요구 시위하는 파라과이 학생들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케냐 의료 종사자들의 임금체불 시위 2024 파리 올림픽 D-100 솔로몬제도 총선 실시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