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첫날 기념 회식 잡았죠” 전국 주요 식당가 ‘북적북적’

백승목·윤희일·이삭·이성희·김태희·강현석 기자
위드 코로나 첫날인 1일 저녁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의 한 고깃집은 지인들과 모임을 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삭 기자

위드 코로나 첫날인 1일 저녁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의 한 고깃집은 지인들과 모임을 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삭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인 ‘위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1일 저녁,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한 전국의 주요 거리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모임과 회식을 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잇따르면서 활기가 넘쳤다.

■ “10명 이상 단체예약 얼마만인지…”

이날 오후 6시10분쯤 울산 남구 신정2동 공업탑상가 내 한 삼겹살집. 4명이 앉을 수 있도록 드럼통을 깎아 만든 옛날식 테이블 10개 중 8개에 손님들이 들어찼다. 주인 A씨(60)는 “저녁 예약 전화가 많이 왔다”면서 “코로나 사태 발생 이전에도 월요일에는 겨우 테이블 절반 정도만 찼는데, 오늘은 일상회복 첫날이어서 손님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모 회사 영업점 직원 10명은 위드 코로나 첫날을 맞아 업무를 일찍 마감하고 식당을 찾아 3명씩 2개 테이블을, 4명이 1개 테이블을 차지했다. 손님 B씨(40)는 “오랫동안 식사모임을 하지 못한 만큼 기왕이면 일상 회복 첫날에 모임을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원래 회식인원이 모두 17명인데, 좋아하는 음식에 따라 생선횟집과 삼겹살집으로 회식장소를 나눴다”고 했다.

이날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도 저녁 모임을 하려는 이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직장인 C씨(40)는 “위드 코로나로 오랫만에 선후배와 술자리를 갖기 위해 나왔다”며 “그동안 미뤄왔던 지인들과의 계 모임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고깃집 직원은 “비교적 손님이 없는 월요일이지만 위드 코로나로 집합제한 인원이 완화되면서 오늘만 9명 이상의 단체 예약이 3~4팀 정도 있었다”며 “소규모 인원 예약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 대전 유성구의 한 샤브샤브 음식점. 오후 6시 문을 열면서 손님이 몰려오기 시작해 오후 7시쯤에는 좌석의 3분의2 가량이 찼다. 음식점 대표 이모씨(59)는 “당장 오늘 저녁에도 12명 예약이 1팀 들어왔고, 내일 저녁에도 1팀이 예약됐는데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주부터 단체손님의 예약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 중에는 예약가능 최대 인원인 12명 예약이 포함돼 있어 모처럼 힘이 난다”며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손님 수가 60~70% 정도는 회복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의 옛도심 지역 음식점에도 손님이 늘어났다. 중구 선화동의 한 한정식집은 이날 낮은 물론 저녁까지 손님이 몰리면서 아르바이트 직원 1명을 긴급 충원했다. 이 음식점 관계자는 “일단은 오늘 하루 매출이 지난 주보다 배 정도는 늘어난 것 같다”면서 “그런데 아직은 예약 손님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업시간제한이 풀린 것보다는 예약 가능 인원을 늘려준 것이 영업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소형 업소들은 아직은 위드 코로나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전 중소형 업소가 몰려있는 유성구 도안지구의 식당가의 경우 1~2개 테이블만 손님이 들어와 있는 경우도 많았다.

직장인들이 회식을 위해 주로 찾는 경기 성남 분당구 야탑먹자골목도 활기를 되찾았다. 먹자골목에는 차들이 길을 따라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고, 식당 안 테이블에는 회식을 위해 모인 단체 손님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60여개의 음식점과 술집이 몰려 있는 야탑먹자골목은 그간 거리두기로 인해 손님이 크게 감소했던 곳 중 하나였다.

이날 먹자골목에서 만난 상인 대부분은 완화된 거리두기 조치를 환영하는 목소리를 냈다. 일식집을 운영하는 태동호씨(62)는 “그동안 저녁 손님은 1팀 정도였는데 오늘은 예약이 6팀이나 잡혔다”며 “오랜만에 숨통이 좀 트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식당과 주점 등이 모여 있는 광주지역 최대 유흥가인 광주 서구 상무지구는 단계적 일상회복에도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퇴근 이후 식당이나 술집을 찾은 손님들이 있긴 했지만 북적일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일부 회사원들은 동료들과 함께 식당을 찾으며 ‘시간 제한 없는’ 모임을 즐겼다. 직장 동료 3명과 고기구이집에서 회식을 한 한양수씨(32)는 “예전에는 오후 10시면 식당들이 한꺼번에 문을 닫아 모이기 꺼려졌었다”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술잔을 기울 일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어디냐”고 말했다. 작장인 박모씨도 “오늘 회사에서 부서 회식을 언제 할지 날을 정하자는 이야기가 오갔고 친구나 지인들도 ‘모임을 갖자’는 연락이 많이 왔다”면서 “조만간 저녁 모임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 주인들도 기대감을 나타났다. 국밥집을 하는 이모씨(35)는 “오늘부터 손님이 좀 늘 것으로 기대했는데 월요일이라 그런지 많이 늘지는 않았다”면서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이제는 희망이라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고기구이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8)는 “손님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이번 주 단체 예약을 문의하는 전화는 몇 통 걸려왔다”면서 “모임 등이 활성화되면 매출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대감 속 확진자 폭증 우려도

반면 영업시간이 여전히 자정까지로 제한된 유흥업소 업주들은 불만이 많았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식당 등은 영업시간 제한을 다 풀어주면서 유흥업소만 제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자정이면 문을 닫아야 하는 유흥업소에 누가 술을 마시러 오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드 코로나를 환영하면서도 확진자 폭증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성남 분당구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D씨(45)는 “코로나 확진자수가 또다시 급격하게 늘어 이전처럼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당장 손님이 늘어 좋긴 하지만, 확진자수를 관리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사는 직장맘 E씨(42)는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를 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는데, 아이는 여전히 일주일에 2번만 학교에 간다”며 “이러다 다시 확진자가 폭증하면 또 아이들 학교 가는 날만 미뤄지는 것 아닌가 싶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밀려드는 약속 등으로 부담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에 사는 주부 F씨(40)는 “거리 두기가 풀리자 마자 남편의 회식이 3일 연달아 잡혔다”며 “다시금 ‘저녁 없는 삶’이 시작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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