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 현대산업개발···붕괴 현장서만 행정처분 14번·민원 324건

강현석 기자

작업시간 미준수·소음 등 관련

과태료 부과 받고도 위법 계속

“잔해물 추락 등 안전 위협 잦아”

지난 11일 신축공사 중 붕괴사고나 노동자 6명의 연락이 두절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는 그동안 각종 위법 행위가 이어졌다. 사업승인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관할 구청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14차례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지난 11일 신축공사 중 붕괴사고나 노동자 6명의 연락이 두절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는 그동안 각종 위법 행위가 이어졌다. 사업승인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관할 구청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14차례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신축중이던 39층 초고층 아파트 외벽이 붕괴된 광주광역시 ‘화정 아이파크’ 현장은 공사 시작 이후 각종 위법 행위가 이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을 맡은 현대산업개발은 사업 승인 이후 1년6개월 동안 관할 구청으로부터 부터 14건의 각종 행정처분을 받았다. 공사와 관련해 접수된 주민민원도 32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은 2019년 4월 사업승인이 난 직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6개월 동안 서구청으로부터 모두 14차례나 각종 행정처분을 받았다. 1단지에서 10건의 위법행위가 적발됐고 2단지에서도 4건의 불법이 확인돼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과태료 부과가 결정된 사안도 12건에 이른다. 2021년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9위에 오를 정도인 국내 굴지 건설사 현대산업개발이 공사를 맡았지만 현장은 ‘무법 천지’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현대산업개발은 과태료를 부과 받고도 같은 위법 행위를 이어갔다. 현대산업개발은 ‘소음·진동’ 관리법에 따라 소음이 심한 장비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사용하겠다고 신고했지만 이를 반복적으로 어겼다. 1단지 현장의 경우 소음·진동 발생 공사시간을 지키지 않아 2020년 4월28일 1차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현대산업개발은 같은해 5월12일, 7월2일(2차례), 9월26월, 9월27일에도 과태료 처분을 받는 등 인근지역 주민들의 소음 피해는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했다. 광주 서구청은 각각 100만∼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2단지 역시 2020년 2월24일과 5월6월, 6월11일 무려 3차례나 ‘특정공사 작업시간 미준수’로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 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지난해 7월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져 주민들이 이를 살펴보고 있다. 정우석 광주 서구의회 의원 제공.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 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지난해 7월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져 주민들이 이를 살펴보고 있다. 정우석 광주 서구의회 의원 제공.

이 회사는 비산먼지를 방지하기 위한 살수 작업 등도 제대로 하지 않아 개선명령을 받기도 했다. 공사 현장 인근 주민들이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구청에 제기한 민원만 324건이나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도 공사현장과 관련해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

공사장 옆 주상복합상가 자치회장 홍모씨(54)는 “서구청과 현대산업개발에 환경·건설·교통 관련 민원 수백 여건을 제기했으나 묵살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사장 상층부에서 합판·쇠막대·콘크리트 잔해물이 추락하는 사례가 있었고, 공사 영향으로 도로가 움푹 꺼지거나 균열이 생기는 등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도 잦았다”면서 “매일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는 해당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조각과 쇠로 된 공사 자재 등이 인근 도로로 떨어지기도 했다. 정우석 광주 서구의회 의원은 “이처럼 많은 문제를 일이키는 아파트 공사 현장을 본 적이 없다”면서 “현대산업개발의 안전불감증이 결국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019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화정 아이파크 1단지와 2단지로 나눠 각각 지하 4층 지상 39층 아파트 5개 동을 짓는 사업의 시공을 맡았다. 1단지는 316가구, 2단지는 389가구 규모로 올해 10월 입주를 예정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이 공사현장 201동에서는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진행하던 중 23층에서 38층까지 외벽이 붕괴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 투입됐던 노동자 6명과 연락이 끊겨 당국이 구조작업을 진행중이다.

광주시는 이날 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시공 중인 모든 건설 현장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현대산업개발은 화정 아이파크 외에도 광주 동구 계림동 계림2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도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지만 아직 착공하지 않아 이번 공사중지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의 다른 공사현장에서는 지난해에도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사업 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졌다. 붕괴된 건물이 버스정류장에 들어서던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광주시는 “학동참사가 발생한 지 217일 만에 또다시 이런 참사가 발생하게 되어 참으로 유감이며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토부, 경찰청 등과 협력해 철저히 사고원인을 조사해 모든 법적·행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 건설현장 안전불감증을 발본색원 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구조물 붕괴 이틀째를 맞은 12일 당국이 안전진단을 거쳐 실종자 수색을 재개했다. 로 했다. 공사 중인 이 아파트의 1개 동 외벽이 붕괴되면서  노동자 6명이 실종됐다. 연합뉴스.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구조물 붕괴 이틀째를 맞은 12일 당국이 안전진단을 거쳐 실종자 수색을 재개했다. 로 했다. 공사 중인 이 아파트의 1개 동 외벽이 붕괴되면서 노동자 6명이 실종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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