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초점

‘무투표 당선’ 우르르…선택 기회 뺏긴 영호남

강현석·백경열 기자

당선 확정 29%가 광주·전남과 TK…광역의원은 절반

‘지방정치 독점’ 심화…선거운동 금지돼 공약도 몰라

6·1 지방선거 후보 등록 결과 기초단체장 후보 6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494명이 ‘투표 없는 당선(무투표 당선)’을 확정 지었다. 특정 정당 영향력이 강한 호남과 영남에서 무투표 당선인이 많아 ‘지방정치 독점’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투표 선거구는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금지돼 유권자들이 공약 등을 접할 기회가 아예 사라지는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마감 결과 전체 후보자 7618명 중 494명이 투표를 치르지 않는 ‘무투표 당선’으로 집계됐다. 공직선거법은 1명을 뽑는 선거구의 후보자가 1명이거나, 후보자가 지방의회 선거구의 의원 정수를 넘지 않을 경우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선거일에 그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전국 무투표 당선인 10명 중 3명(28.9%)은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에서 나왔다. 광주·전남은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은 국민의힘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다. 이들 지역의 6·1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인은 광주·전남 68명, 대구·경북은 75명에 달한다.

경쟁 없이 당선이 확정된 전국 6곳의 기초단체장은 모두 이들 지역이다. 광주 광산구와 전남 해남군, 보성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단독으로 출마했다. 대구 중구와 달서구, 경북 예천군은 국민의힘 후보들이 무투표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광역의원 선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광주에서는 시의원 선거구 20곳 중 절반이 넘는 11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단독 출마해 당선이 확정됐다. 전남에서도 55곳 선거구 중 26곳이 민주당 후보의 무투표 당선 지역이다. 대구에서는 시의원 선거구 29곳 중 20곳, 경북에서는 도의원 선거구 55곳 중 17곳에서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는데 모두 국민의힘 소속 후보다.

이에 따라 특정 정당의 ‘지방정치 독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우식 정치개혁 광주시민연대 대변인은 “정치세력이 서로를 견제하고 협력하는 지방 정치 시스템이 망가졌다”면서 “정치적 다양성 확보가 시급한 만큼 민주당은 이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세헌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TK(대구·경북)의 경우 얼마 전 정권 교체와 (보수색이 짙은) 지역주의 현상으로 (국민의힘 후보) 무투표 당선이 더 심해졌다”며 “여기에 민주당이 TK에 맞는 정책과 후보자를 발굴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점도 원인”이라고 밝혔다.

무투표 선거구는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박탈하는 문제점도 있다. 이들 선거구의 후보들은 투표를 치르지 않기 때문에 선거운동이 법으로 금지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정보나 공약 등 선거 공보물을 제공하지 않는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후보자 정보를 파악하려면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공개된 정보도 나이와 학력, 재산 등 기본적인 것이다. 하 교수는 “무투표 당선 사례가 쏟아지면서 유권자들의 의사 반영과 선택의 기회가 박탈됐다”면서 “선거에 의해 실현되는 대의제 민주주의, 또 지역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선관위는 “(무투표 선거구 선거운동 금지는) 투표가 불필요한 경우 선거운동을 중지하도록 해 선거비용 지출을 방지하고 조기에 국민들의 평온을 유지하기 위해 1994년 공직선거법이 제정될 때부터 포함된 조항”이라면서 “문제점은 국회 입법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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