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1년

875명에 ‘희망’ 선물한 광주…비자는 과제읽음

고귀한 기자
23일 오전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 협동농장에서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김 레브씨(68)가 식당에 납품할 채소를 경작하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지역에 연고를 둔 우크라이나 피란민 875명의 피란 생활을 도왔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 협동농장에서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김 레브씨(68)가 식당에 납품할 채소를 경작하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지역에 연고를 둔 우크라이나 피란민 875명의 피란 생활을 도왔다. 연합뉴스

전쟁을 피해 광주광역시 고려인마을로 온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의 피란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이들 중 90% 가량은 전쟁이 끝나도 한국에 정착하기를 원하지만 비자 문제 등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다.

24일 광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2월 이후 현재까지 875명이 고려인 마을의 도움을 받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고려인 대부분은 입국 후 재외동포(F-4)와 방문취업(H-2) 비자를 받는다. 재외동포비자는 3년마다 비자 연장 신청을 통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다만 대학 졸업자이거나 60세 이상만 받을 수 있어 대상자가 한정돼있다. 방문취업비자는 제조업·농수축업 등 단순 노무 분야에만 취업할 수 있다. 3년여마다 국적을 가진 나라로 돌아가 비자를 갱신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고려인들 중에는 무국적 난민도 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 등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국적 취득 시기를 놓치거나 신분 증명이 어려워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임시(G-1) 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오는데 취업 제한은 물론 6개월마다 원래 국가로 출국해 비자를 갱신해야 한다.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피란 생활을 하고 있는 무국적 동포 10여명은 임시(G-1) 비자를 갱신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우크라이나 등에서 피란 온 동포들을 대상으로 난민 비자를 조건 없이 연장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지’라는 전제조건이 붙어있다. 고려인들은 한국에서도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산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무국적 고려인 A씨(59)는 “전쟁이 끝나도 돌아갈 곳이 없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자유롭게 직장을 얻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 국적은 한국인과 국제결혼을 하거나 5년 이상 체류한 뒤 필기와 구술시험을 통과해야 얻을 수 있다. 일정한 소득이 있거나 수천만원 자산이 있어야 한다는 기본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광주고려인마을은 무국적자를 포함해 고려인 후손들이 한국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 재외동포비자 완화 등을 지속 건의하고 있다.

광주고려인마을은 앞서 고려인 875명 귀국을 위해 총 9억여원 항공권을 후원한 데 이어 이들의 정착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입국 직후 원룸 임대 보증금 200만원과 두달치 월세는 물론 식료품과 생활필수품도 수시로 지원한다.

한국어가 서툰 이들을 위해 통역과 교육도 지원한다. 고려인들 중에는 영농 경험이 풍부한 경우가 많아 농촌에서 일손을 돕도록 하거나 공장 등과 연결해 취업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23년째 고려인 동포들의 국내 정착을 돕고 있는 이천영 목사(새날학교 교장)는 “광주시민 4000여명과 기업, 사회단체 등이 연대하고 후원한 덕분에 고려인 동포들을 도울 수 있었다”며 “정부가 고려인 동포들과 처지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재외동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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