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휩쓴 태풍 ‘카눈’ 피해, 왜 우려보다 적었나…정부·지자체·시민 철저한 사전대비 주효

백경열 기자    김기범 기자

중대본 “공식 인명피해 없다”

상륙 전 주민 대피·외출 자제·교통통제

기상청 “시민들이 대비해 피해 적었던 것”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북상이 시작된 10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에 파도가 치고 있다. 부산|한수빈 기자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북상이 시작된 10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에 파도가 치고 있다. 부산|한수빈 기자

제6호 태풍 ‘카눈’이 기상 관측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 전체를 휩쓸었지만, 당초 우려만큼 인명·재산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집중호우 당시 피해가 컸던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시민들 스스로도 철저히 대비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1일 이번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전날 대구에서 발생한 사망 1건과 실종 1건은 모두 안전사고로 분류했다.

내륙을 지나면서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카눈은 역대급 위력을 발휘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으로 인해 강원 영동과 충청권 내륙, 전라 내륙, 경상권, 제주도 산지에는 200~300㎜(많은 곳 경상권 300㎜ 이상, 강원 영동 400㎜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내렸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대순간풍속도 시속 70㎞(초속 20m) 이상 강한 바람이 불었다. 8월 일 강수량과 1시간 최다 강수량, 일 최대순간풍속 등의 극값을 경신한 것이다. 극값이란 기온·강수량 등의 기상 요소를 장기 관측해 얻은 가장 큰 값 또는 가장 작은 값을 말한다.

기상청은 카눈 피해가 우려보다 적었던 것에 대해 취약지역 주민 대피와 외출 자제, 교통 통제 등 사전대비가 이뤄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지역, 이번엔 사전 대비

각 지자체는 실제로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하기 전부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지난달 집중호우 때 산사태 등으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입은 경북도는 안동·예천 등은 물론 재해 위험 지역에 사는 주민 1만70명(7427가구)을 미리 대피시켰다. 지난달 적극적인 주민 대피가 이뤄지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컸다는 점을 의식한 조치다.

경북도 관계자는 “해당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일선 시·군이 판단해 산사태 우려지역 등에 있는 주민 대피와 같은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한 게 주효했다”면서 “앞으로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겪은 충북도는 태풍 북상 전날부터 주요 지하차도를 통제했다. 서울시도 27개 하천 및 주요 등산로와 둘레길 380개 노선 통행을 막았다. 부산시는 도시철도 1~4호선 지상 구간 운행을 중단하고 광안대교 등 해안 교량의 양방향 통행을 제한했다.

울산시는 중구 태화·우정시장 일대 전통시장 중심의 침수에 대비해 대형 화재 진압용으로 쓰이는 대용량 방사시스템과 민간 대용량 펌프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침수지역 물을 끌어올려 태화강으로 빼냈다. 태화·우정시장은 2016년 태풍 차바 때 침수 피해가 컸던 곳이다. 광주시는 하수관로 111㎞와 빗물받이 1만 5546개, 맨홀 587개 등을 사전 정비했다.

태풍 힌남노로 지난해 큰 피해를 본 울산·포항·거제 철강업계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도 철저하게 대비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정문에서 3문까지 1.9㎞ 구간에 차수벽을 설치하고 배수로를 늘리는 등 대비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은 군함 2척을 포함해 선박 7척을 안전해역으로 피항 조치했고, 건조 중인 선박들은 강풍에 대비해 계류 로프를 보강했다.

정부는 출근 시간대 태풍 상륙이 예상되자 각급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민간기업 및 단체 등에서도 이에 적극 따르면서 피해를 줄이는데 한 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 달성군 한 기업에 다니는 김모씨(38)는 “(회사에서) 태풍 북상 상황을 보고 적절한 시간에 출근하도록 조치를 해 줘서 도움이 됐다”며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도 등교시간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태풍 ‘카눈’이 북상하고 있는 1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열차 운행 지연과 중지 관련 안내문을 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태풍 ‘카눈’이 북상하고 있는 1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열차 운행 지연과 중지 관련 안내문을 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노력도 피해 최소화에 보탬이 됐다. 서울 노원에 사는 이모씨(45)는 “(서울에는) 퇴근 무렵부터 비가 쏟아진다고 해 저녁약속을 취소하고 일찍 집에 들어갔다. 아이도 도보로 학원을 가야해 하루만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 해안가 상인들은 카눈 북상 전 500㎏짜리 초대형 모래자루를 겹겹이 쌓아 침수를 막기도 했다.

지난해 큰 피해를 끼친 국지성 집중호우를 포함해 대부분 기상현상은 과학이 발달해도 며칠 전부터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특정해 예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태풍의 경우 강수와 강풍 등 영향이 발생하는 시점·장소 등을 상대적으로 정확하게 예측 가능한 것도 시민들 대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태풍은 발생부터 한반도에 접근하기까지 과정을 인공위성 등을 통해 실시간에 가깝게 관측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청에서 아무리 비상상황이라고 알려도 시민들이 대비를 하지 않으면 피해가 클 수 있다”며 “이번 태풍의 경우 한반도 접근 전부터 피해가 클 수 있음을 경고했고 정부·지자체는 물론 시민들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적극 대처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중대본부장)도 11일 중대본 회의에서 “위험지역에 대해 관계기관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통제와 대피로 대응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했다”면서 “사전통제와 주민대피, 즉각적인 상황보고 등 잘된 점은 발전시키고 개선·보완할 점은 행안부에 의견을 주면 향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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