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시립병원)에서 불거진 ‘어용노조’ 설립 의혹에 대한 노동당국의 수사가 8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 노조는 ‘봐주기식 늦장 수사’라고 비판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의료산업노조)는 10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노조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노동당국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의료산업노조는 광주시로부터 시립병원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빛고을의료재단을 지난해 11월 16일 부당노동 행위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재단이 임금 삭감과 노조 집단 탈퇴 공작 등 부정 행위 주도했다는 내용이다.
의료산업노조는 새 노조가 생기기 전까지 전체 직원 200여명 중 107명이 있는 단일 노조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재단의 임금체계 개편에 맞서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총파업을 벌이는 사이 새 노조가 들어서며 단체교섭권을 내주게 됐다고 한다. 당시 의료산업노조는 조합원이 60여명까지 빠르게 줄어든 반면 새 노조는 과반인 100명 이상으로 빠르게 규모를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새 노조가 기존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어용노조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재단은 당시 새 노조의 실무를 담당할 직원을 영입하고, 노조 설립을 위해 3000여만원을 지원했다. 이런 내용은 한 내부 운영진의 폭로로 알려지게 됐다. 이 제보자는 노동청에도 출석해 같은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의료산업노조는 노동청의 수사 결과가 미뤄지는 것에 대해 “재단에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의심하고 있다. 전문가도 일반적인 부당노동 행위 사건이 장기화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유상건 유정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는 “어려운 사건이라도 5개월에서 6개월이면 결론이 나는데 8개월째 끌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산업노조는 “노동청의 수사가 늦어지면서 재단은 어용노조와 교섭을 하겠다고 나서는 등 노동자를 기만하고 상황이다”며 “노동 탄압과 같은 비상식적인 행동이 멈춰질 수 있도록 노동청은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노동청 관계자는 “사건에 필요한 사항을 계속 확인하고 보강하고 있다”며 “수사 중인 사건이라 구체적인 답변은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