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초등학생들에게 조선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서로를 감시하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던 실물 카드가 발견됐다.
전남대학교는 “손희하 명예교수(국어국문학과)가 조선어 말살 정책용 카드를 공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카드는 손 교수가 최근 서울의 한 고서점에서 발견했다.
가로 5.4㎝, 세로 9.04㎝ 크기로 된 이 카드는 가운데 ‘話ハ国語デ(말은 일본어로)’라고 적혀 있다. 왼쪽에는 佳會公立普通學校(가회공립보통학교)라고 기재돼 있다.
일제는 이 카드를 제작해 초등학생들에게 나눠준 뒤, 조선어를 쓸 때마다 상대방의 카드를 한 장씩 빼앗도록 하고 남은 분량에 따라 벌을 줬다고 한다.
이 카드는 국어생활사 자료이자 일제 식민 역사자료로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손 교수는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없애기 위해 어린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이런 정책을 전개했다는 사실에 새삼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천진해야 할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친구의 카드를 뺏을 수 있을지 서로 감시하고 경쟁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도록 강요당했을 고통을 생각하면, 일제의 식민정책들이 얼마나 악랄하고 집요했던가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