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한 원룸촌? 이곳에는 없습니다”···‘마을관리사무소’ 만든 광주 서구

고귀한 기자
3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1동 마을관리사무소 회원들이 환경 정비와 순찰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3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1동 마을관리사무소 회원들이 환경 정비와 순찰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전국 최대 원룸 밀집 지역 가운데 한 곳인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1동과 금호2동 거리에서는 의외로 쓰레기를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골목마다 무분별하게 투기되는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다른 원룸 밀집 동네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음식물 찌꺼기로 악취를 유발하고 거리 미관을 해쳐 골머리를 썩이던 음식물 처리함도 이곳 원룸들은 매일 관리해 청결을 유지한다. 어지럽게 놓여있던 종이상자도 이곳은 넓게 펼쳐 가지런히 쌓아두는 것이 일상이다.

잘 관리된 아파트 단지를 연상케 하는 이같은 모습은 지역의 ‘마을관리사무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광주 서구와 원룸 밀집지 건물주들이 합심해 출범한 마을관리사무소가 원룸촌 일대 마을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있다.

4일 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6월 상무1동과 금호2동 등 2곳에 마을관리사무소를 출범했다. 각 마을관리사무소는 경비원을 자처하는 15명, 27명으로 각각 구성돼 자원봉사 형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70~80대로 이뤄진 이들은 모두 마을에 빠삭한 원룸 건물주이자 토박이다.

상무1동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원룸 밀집지다. 2000년대 초 인근에 유흥가가 형성되며 원룸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현재는 원룸 6000여호에 6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금호2동 역시 비슷한 시기 먹자골목이 형성되며 자연스레 원룸 1000여호에 12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오랜 기간 주정차 민원과 쓰레기 투기 등 매년 다수의 민원이 발생하는 문제 지역으로 통했다. 주민들은 마을 문제 해결을 위해 2009년과 2014년 각각 마을 봉사단체를 결성하고 활동을 이어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고 한다.

낙후지역 우범지대라는 부정적 인식은 원룸의 공실률로 나타났다. 한때 빈방을 찾기 어려웠던 이곳 원룸은 2010년대 들어서는 3분의 1가량이 공실일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위기를 느낀 이들은 2020년 무렵부터 제대로 된 마을 관리를 위해 아파트처럼 ‘경비원’을 자처하고 나섰다. 기존 도로 환경 정비에서 쓰레기 분리수거와 주차 관리, 택배 보관, 순찰 등 활동 범위를 확대했다. 또 20년 이상씩 원룸을 운영한 경험과 건축·전기 자격증, 소방 공무원 경력 등을 바탕으로 요청이 있을시 가벼운 집수리도 도맡았다.

현재 마을관리사무소라는 이름은 이들의 활동을 알게 된 구청에 제안에 따라 붙여졌다. 구청은 이들이 더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청소용품과 각종 공구,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하고 홍보를 도왔다.

이들은 모두 형광 조끼를 입고 활동한다. 직접 도움을 요청하거나 건물주에게 연락하면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난 6월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1동 쌍촌마을 어울림센터 앞에서 마을관리사무소 회원들 출범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구청 제공

지난 6월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1동 쌍촌마을 어울림센터 앞에서 마을관리사무소 회원들 출범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구청 제공

마을관리사무소 활동은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의 도움을 받거나 활동을 알게된 주민 대부분이 분리배출을 생활화하고 있다고 한다. 거리 전체가 쾌적해지다보니 이곳 일대는 현재 빈방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민원과 치안 신고도 기존 3분의 1가량으로 크게 줄었다.

박재길 상무1동 마을관리사무소 대표(76)는 “형광등 갈아끼우기, 각종 정비 등 몸이 모자랄 정도로 요청이 많아졌지만, 주민들 역시 스스로가 환경 변화를 노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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