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음주운전 뺑소니 사망사고’ 운전자가 범행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죄한다면서도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은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다른 범죄 연루 가능성 등을 살펴보기 위해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은 30일 경찰서 2층 치평홀에서 마세라티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 관련 브리핑을 갖고 “마세라티 운전자 A씨(33)와 도피 조력자들의 범죄 연관성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A씨와 조력자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진행은 더딘 상태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아이폰)를 확보해 포렌식을 이어가고 있지만 비밀번호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A씨는 경찰에 “비밀번호를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A씨의 수사 협조 거부는 앞서 보인 모습과 대조적이다. A씨는 검거 직후 빠르게 혐의를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죄한다’는 내용의 반성문도 제출했다. 범행을 시인해 더 큰 범죄를 감추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은 A씨가 음주와 관련된 범죄 전력은 없으나 사기 등 전과 2범 이상이라고 전했다. 오래전부터 가명을 쓰며 신분을 숨긴 채 살아 오면서 초기 경찰 수사에 혼선을 가져오기도 했다. 조력자의 휴대전화에는 A씨가 가명으로 저장돼 있다. A씨의 주민등록은 거주지 불명으로 지난해 말소됐다.
출입국 기록을 보면 A씨는 2014년부터 4차례 태국을 다녀왔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월가량 태국에서 생활했다. A씨는 무직이라면서도 생활비 등 출처에 대해선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9일 입국했다. 입국 이유로는 “치과 치료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에게 도피를 도운 고교 동창 등 조력자 3명의 정체도 석연치 않다. A씨의 도피를 도운 이유에 대해서도 ‘친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모두 무직으로 대부분 사기 등 전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는 조직폭력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실제 관리 명단에는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마세라티 차량 취득 경로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A씨가 지인 B씨(33)에 빌려 타고 다닌 마세라티 차량은 서울의 소재 법인 차량으로 등록돼 있는데 광주까지 오게 된 배경에 대해선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A씨는 지난 24일 오전 3시11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음주상태로 마세라티를 몰다가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치어 운전자(23)를 크게 다치게 하고 동승자 D씨(28)를 숨지게 한 뒤 도주했다. B씨(33) 등 조력자 3명은 대포폰을 제공해 주는 등 A씨의 도피를 도왔다.
A씨는 도피 이틀째인 지난 26일 오후 9시50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길거리에서 검거됐다. A씨와 B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와 범인도피 혐의가 적용돼 구속됐고, 나머지 조력자는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조력자가 태국을 오간 이유 등 범죄 혐의점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태국 경찰이나 인터폴에 공조 요청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