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무단점용에 야간 소음·악취 등 민원 유발 온상
시, 무허가 영업 50여년 만에 ‘정식 가게’ 전환 검토
상인들 “위생 점검 등 받을 것” 인근 주민들도 “환영”
“불법, 무허가란 손가락질을 더는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지난 25일 오후 찾은 광주 남구 구동 광주공원 광장 내 포장마차 거리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평소 한 차례만 내주던 오이와 당근 등 기본 서비스 안주는 무한으로 제공됐고, 주문하지 않은 콩나물국도 테이블에 올랐다. 상인들은 밀려드는 손님들과 주문에 지칠 법도 했지만 입가에는 계속 미소가 걸렸다. 무허가 포장마차에서 정식 가게로의 전환이 50여년 만에 본격적으로 검토되면서 찾아온 변화다.
광주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사랑받아온 광주공원 포장마차 거리가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상인들은 생존권을 보장받을 길이 열렸다며 반기고 있다.
광주시는 현재 남구 구동 광주공원 광장에 조성된 포장마차 거리에 대한 양성화를 추진 중이다. 한창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 시설과 위생 문제 등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광주공원 포장마차 거리는 1970년대 공원이 만들어지면서 함께 형성됐다. 중장년과 청년층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광주지역을 대표하는 명물 중 하나로 꼽혔다. 현재 광주에 남아 있는 포장마차 거리는 이곳이 유일하다.
어두운 이면도 있다. 허가를 받지 않고 운영을 해오면서 위생관리 미비, 도로 무단점용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야간 소음과 음식 냄새로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질 않았다. 답답한 것은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합법화는 식품위생법 등 각종 규정에 발목이 잡혀 사실상 어렵고, 그렇다고 생계 수단인 가게를 접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이곳에선 현재 포장마차 19곳이 손님을 맞고 있다. 상인들은 대부분 20년 이상씩 영업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부모와 함께하거나 대를 이어 하는 곳도 있다.
광주시의 양성화 추진계획이 나오면서 언제든 생계 터전을 떠나야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이제 사라졌다. 세금을 내야 하고 위생 점검도 받아야 하는 등 각종 규제가 뒤따르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이날 포장마차 거리에서 만난 한 상인은 “정식 가게로 인정을 해준다는데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상인도 “소원을 푼 것 같다. 없던 힘도 절로 난다”고 밝혔다. 다가올 변화를 미리 준비하듯 낡고 오래된 의자와 탁자, 휴대용 가스버너를 한쪽 벽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상인도 여럿 보였다.
주민들도 환영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황모씨(37)는 “수십년간 악취와 소음, 주취소란 등 각종 문제 제기에도 전혀 나아지질 않았는데 차라리 양성화돼 관리만 잘 이뤄진다면 그나마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광주공원을 보행자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공원 앞 노상주차장 49면을 먼저 철거한 뒤 포장마차들을 문화공연과 어울릴 수 있도록 꾸려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시행 방식으로는 보행권과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는 등 요건을 갖춘 노점에 허가를 해주는 서울시 ‘거리 가게 허가제’ 형태가 유력 검토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적의 방안을 놓고 상인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천 광주공원포차협의회 회장은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합법화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 같다”며 “끝까지 양성화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