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는 한글날의 유래 등을 함께 배우며 한민족의 정신과 뿌리를 공유하는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고려인 동포 20여명은 이날 오전 고려인마을 종합지원센터 지하에 위치한 강당에서 한글의 유래를 비롯해 기본적인 한글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 참가들은 60세 이상 고령의 고려인 동포들로 이들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고려인마을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2000년대 초 고려인들이 모여들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고려인마을은 10여년 전부터 고려인 학생을 대상으로 매일 한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 동포의 경우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생업을 지속해야 하는 탓에 제대로 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부모에게 배우거나 직장을 다니며 터득한 기본적인 대화만 가능한 수준이다. 고려인마을 내에 거주하는 동포들은 대부분은 러시아어를 쓰고 있다.
이날 수업은 한글날을 앞두고 점차 단절되고 있는 우리말과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친숙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교사 역시 이들보다 먼저 고려인마을에 정착해 한글이 익숙한 고려인 주민이 맡았다.
고려인 동포들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과 한글날의 유래 등을 함께 배우며 한민족의 정신과 뿌리를 공유했다. 또 가나다라마바사 등 기본적인 한글 수업도 병행했다.
수업에 참여한 동포들은 정체성을 찾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고려인 동포 박실바(73)는 “한글을 통해 다시금 한민족이란 자긍심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수업에 참여해 후손들에게도 우리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고려인마을은 이번 수업을 계기로 성인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정규 교육을 검토 중이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참여율이 저조하면 어쩌나 했는데 많이들 참여해 주고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니 다행”이라며 “한글날처럼 매일매일 우리말과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