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에 조리실 전보
노조 “시, 수탁 계약 해지를”
재단 “재정 악화로 불가피”
광주시가 설립해 법인 빛고을의료재단이 수탁운영 중인 제1시립요양병원·정신병원이 전문 물리·작업치료사에게 조리실 보조나 환자 이송 등 업무와 무관한 일을 하도록 강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은 재활치료실을 폐쇄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위·수탁 운영 폐해라며 광주시에 계약 해지를 촉구하고 있다.
10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제1시립요양병원·정신병원지부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제1시립요양병원·정신병원이 물리·작업치료사에게 내린 전보 조처와 그에 따른 노동행위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제1시립요양병원은 지난 4월 재활치료실을 폐쇄했다. 적자로 더는 운영할 수 없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재활치료실은 질병이나 상해, 노화 등으로 신체 기능이 저하된 이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전국 공공병원 9곳 중 치매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하는 2곳을 제외하면 재활치료실을 운영하지 않는 곳은 광주가 유일하다.
병원 측은 재활치료실 폐쇄와 함께 소속 물리·작업치료사 9명에게는 권고사직 수용을 요구했다. 5명은 사직을 받아들였지만 4명은 이를 거부했다. 이들은 업무와 무관한 조리실 보조나 환자 이송 부서, 일반 병동 등으로 분산 배치됐다.
노조는 재단이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단, 지난 6월 구제 신청을 했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중노위는 이 판단을 뒤집고 부당행위를 인정했다. 중노위는 재단이 재활치료실 운영 중단 사유로 내세운 적자 주장이 신뢰성이 없을뿐더러 근무 형태가 전혀 다른 부서로 전보한 부분도 잘못이라고 했다.
노조는 재단이 중노위 결정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광주시청 앞에서 “중노위 판단에 따라 재활치료실을 재운영해야 하지만 빛고을의료재단은 현재까지 어떠한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상 중노위를 무시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광주시가 재단과의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고 직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단 관계자는 “전보와 권고사직은 재정 악화에 따라 불가피한 것으로 노조의 주장과 달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며 “재활치료실 재운영 등 대책은 중노위 결정문을 받아본 뒤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