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의혹 수사결과

검찰, 청 입장대로 “비선 의혹은 조응천·박관천이 쓴 소설”

정희완·홍재원 기자

박지만에 ‘정윤회 동향’ 등 청와대 문건 17건 전달 확인

정윤회, 이재만·안봉근과 통화 ‘십상시’와는 무관 결론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결과는 예상대로 청와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검찰이 5일 밝힌 수사결과를 보면 문건 내용은 ‘찌라시’ 수준의 근거 없는 루머였고,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이자 바로잡아야 할 적폐였다.

검찰은 정윤회씨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의 ‘비선개입 의혹’도, ‘박지만 미행설’도 허위라고 결론냈다. 허위 문건 작성과 유출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53)과 박관천 경정(49)이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기획·연출한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이들은 각각 불구속·구속 기소됐다.

■ 국정개입·미행설 ‘허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유상범 3차장검사)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계일보가 보도한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의 내용이 모두 허위라고 밝혔다. 검찰은 문건에 등장하는 서울 강남의 한 중식당 예약장부 등을 분석하고 정씨 등의 업무용·개인용 휴대전화 통신내역과 발신 기지국을 확인했지만 ‘십상시’ 모임의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십상시 회동이 없다면 비선개입이 있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게 검찰이 초기부터 견지했던 시각이다.

검찰은 정씨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시사저널이 ‘박지만 미행설’을, 11월 말 세계일보가 ‘정윤회 동향 보고서’를 보도한 뒤 통화한 것으로 ‘십상시’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문건을 작성한 박 경정에게 정보를 준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도 ‘찌라시’나 풍문을 들은 것을 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가 박지만 회장을 미행했다는 이른바 ‘박지만 미행설’도 박 경정이 쓴 ‘소설’로 결론났다. 검찰 조사결과 박 회장은 2013년 말쯤 지인 김모씨로부터 ‘정윤회가 미행한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듣고 박 경정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박 경정은 지난해 1월 박 회장에게 “정윤회의 사주를 받은 남양주 카페 운영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미행한다”는 내용을 구두로 보고했다. 지난해 3월 시사저널에 박 회장의 미행설이 보도된 뒤 박 경정은 미행설 문건을 작성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

[비선 의혹 수사결과]검찰, 청 입장대로 “비선 의혹은 조응천·박관천이 쓴 소설”

■ 조·박이 벌인 해프닝

검찰은 이번 사건을 청와대 비서관과 청와대 파견 경찰관이 벌인 ‘해프닝’으로 결론냈다. 특히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은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윤회 동향 보고서’ 등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 회장에게 정기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 ‘관리’ 차원에서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자신들의 역할 또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추정했다. 박 회장에게 건네진 문건들은 ‘정윤회 동향 보고서’와 같이 정씨가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거나 정씨를 비난하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 경정이 지난해 3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에는 문고리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면서 “박지만 회장이 문고리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검찰이 이같이 판단한 근거다.

■ 문건 유출 엄중 처벌

검찰은 박 회장에게 문건을 건넨 조 전 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초 검찰은 청와대 내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행위가 중대한 사안이라며 조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조 전 비서관과 공모한 박 경정은 구속 기소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문건 유출 사건을 두고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이런 공직기강의 문란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유출한 혐의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49)을 2013년 6월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혐의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아니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을 적용했다. 따라서 두 사건을 비교하면 검찰 수사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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